수원지 오염으로 식수 부족…"설사 150건 이상"
급류로 지뢰 이동…"식수 구하러 가는 길 포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대홍수 참사에서 살아남은 리비아 주민들이 식수 부족과 지뢰라는 새로운 생존 위협에 직면했다.
17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대홍수 참사가 발생한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 주민들은 현재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염된 물로 인한 설사 사례가 150건 이상 보고됐다. 홍수로 수원지가 오염된 탓이다.
하이데르 알-사예 리비아 국립질병통제센터 소장은 영상 성명을 통해 "데르나 내 물 오염 정도가 매우 높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일반 식수를 음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인근에서 깨끗한 수원지를 발견하더라도 목숨을 건 여행을 해야 한다고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홍수 당시 급류로 지뢰가 이동하면서 정확한 매설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망자도 늘고 있다.
리비아 적신월사는 현재까지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만1300명, 실종자가 1만명 이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전체적인 피해 상황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 등으로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사망자 수는 이를 훨씬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은 사망자가 데르나 전체 인구 5분의 1 규모인 2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집트,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서 원조를 보내고 있지만, 도로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면서 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르나를 장악 중인 군부가 구호 활동을 통제력 강화에 악용하면서 일종의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대서양 위원회의 리비아 분석가 아마데딘 바디는 "군부는 본질적으로 구호 활동에 도움이 되기보다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책임과 비난은 회피하면서 통제력만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르나) 구호 활동은 주로 자원봉사자, 의료진, 적신월사, 보이스카우트, 외국 수색 구조팀이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는 2011년 내전 이후 동부 리비아국민군과 서부 통합정부로 양분됐으며, 데르나가 속한 지역은 리비아국민군이 장악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주민들은 전기, 식수, 식량 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거리에 방치된 시신이 부패하면서 전염병 창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비아 동부 정부 수반인 오사마 하마드는 수인성 질병 확산 우려로 데르나 전체를 봉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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