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부채 한전, 62년 만에 첫 '정치인 사장'…항후 과제는?

기사등록 2023/09/18 15:52:34 최종수정 2023/09/18 18:26:05

에너지 전문성 없지만…당정과 조율

산은 출신에…재무구조 개선 기대감

4분기 전기요금 결정 전 임명 전망

김동철 22대 한국전력 사장 내정자(자료=한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전력의 역대급 부채의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난 정승일 전 사장 후임으로 김동철 전 의원이 선임된다. 부채가 200조원도 넘어서면서 구조조정과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총선을 반년 여 앞둔 현재, 한전 역사상 첫 정치인 사장으로서 과제는 무엇일지 주목된다.

한전은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의원을 22대 사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향후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면 최종 결정된다. 한전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직무수행 실적 등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앞서 한전의 수장을 맡았던 정승일 전 사장은 산업부 제1차관과 가스공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임기 내 한전 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는 이유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란 점에서 정치권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국전력공사 영업손실이 1분기에도 계속되면서 적자가 최악인 38조원까지 불어났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4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5일 확정 발표를 앞둔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을 협의 테이블에 올려 논의할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지역본부의 모습. 2023.05.14. myjs@newsis.com

정 전 사장은 결국 지난 5월19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한전은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총부채가 201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이런 상황이면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적자는 한전 만의 잘못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한전 사장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금은 민생 현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보니 에너지 당국과 물가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의 조율과 당정 협의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차기 한전 사장의 자질로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보다 관계부처를 비롯한 당정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인물이 더 적합한 시점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지만, 역대 한전 사장처럼 에너지 전문가로 불리기엔 부족한 편이다.

현재 한전의 최대 과제는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과 전기요금 인상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앞서 한전 등 전력그룹사 11곳은 오는 2026년까지 20조원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만 3조3000억원 이상 재무 구조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부터 연이은 인상으로 약 39% 인상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에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2023.04.06. 20hwan@newsis.com

여전히 적자는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 풀어갈 지 차기 한전 사장에 주목된다. 다만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요금을 바로 올리기보다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할 것을 시사한 만큼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방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전기요금 조정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지난 1년 간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40%나(올려 부담이 클 것)"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요금을 인상하려면 그 전에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출신 답게 그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전 의원은 1955년에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산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호남 출신 정치권 인사로 광주 광산구에서 지난 2004년부터 2020년까지 4선(17·18·19·20대)을 지냈다. 상임위원장을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바른미래당과 국민의당에서 원내대표 등을 맡았다. 2002년부터 1년 간 청와대 정무수석실 정무기획 비서관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현재 한전은 정 전 사장의 사퇴 이후 4개월 째 이정복 경영관리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는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김 전 의원이 사장에 취임하면 비상경영위 체제를 끝내고 본격 재무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에 있을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조율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전은 18일 4분기 전기요금 책정의 기반이 되는 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4분기 전기요금 조정안을 확정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책정 전에 한전 사장 임명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종=뉴시스]한국전력은 18일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동철 전 의원을 차기 사장에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3월10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총선 광주 광산갑 출마를 선언했다.  2020.03.10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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