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단 않겠다는 이재명, 말리는 민주당…'고심'

기사등록 2023/09/18 06:00:00 최종수정 2023/09/18 06:06:47

"이재명, 대화 겨우하고, 쇼크 오기 바로 전 상태"

119구급대 출동했지만 이재명 거부로 결국 철수

단식 돌입 시 밝힌 요구사항 중 이뤄진 거 하나없어

단식 중단 명분 없고, 당도 말리기 어려운 분위기

19일 행사 참석 예정인 문재인 방문이 기회될 수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단식 18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의원들 앞을 지나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장기화한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말리려 하고 있지만 이 대표가 완고한 의지를 보이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요구한 것 중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어 단식 중단의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도, 이 대표 스스로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6일에 이어 전날(17일)에도 이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본청 당대표실 앞 복도에 앉아 단식 중단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이 대표를 향해 '단식을 멈춰라. 이제 저희가 싸우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동조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건강 악화를 우려해 당에서는 매일 의료진으로부터 이 대표의 상태를 진단받고 있다. 이날은 이 대표가 의식을 잃는 쇼크 전 상태에 다다랐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화도 겨우하는 정도이며 발언보다는 손짓, 몸짓으로 소통이 되는 정도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김원기·임채정·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당 상임고문단이 방문해 강제입원을 권고한만큼 지도부는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과 병원 치료를 설득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18일차를 맞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19대원들이 당 대표실로 들어갔으나 이 대표의 거부로 다시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7. photo@newsis.com

오후 3시20분께에는 119구급대가 국회 본청에 출동해 들것을 들고 대표실에 투입됐지만 약 10분 후 다시 들것만 들고 나와 철수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완고한 의사를 보인 탓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당대표실에서 나온 뒤 "단식 18일차를 맞은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긴급입원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대표께선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몇 분이 이재명 대표를 계속 설득 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진 의견을 듣고 저희도 강제 입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언제든지 쇼크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 만약 의식이 없으면 바로 입원시켜야 될 것 같다. 아직은 의식이 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입원을 시도해야 하는데 너무 저항하면 어려움이 있고, 대표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라고 보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9시께 대표실에서 나와 지팡이를 짚고 부축 받으며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수척해진 모습의 이 대표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대표실로 돌아갔고, 출입문 앞에서는 복도에 있던 동료의원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18일째인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 앞에서 서영교(왼쪽), 고민정 최고위원 등 의원들이 대통령실 발언 관련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7. photo@newsis.com

이날 기준 이 대표의 단식은 19일차에 접어들었다. 건강이 악화했음은 자명하지만 단식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초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내걸었던 요구사항 ▲대국민 사과와 국정방향 전환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쇄신과 개각 등에서 실행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일부 개각을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이미 논란이 일었던 이들에 대한 개각이라 민주당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단식이 적어도 정부여당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만 했더라도 단식 중단의 명분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여당 관계자들이 '방탄 단식'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누가 중단을 막았느냐, 아니면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야 간 대화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도 전직·퇴임 장관들과 4시간30분에 걸친 만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측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대표도 단식을 중단하기 쉽지 않고, 민주당 관계자들도 이 대표의 완강함을 묻어두고 강제로 중단시킬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구례=뉴시스] 이영주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2023.08.08. leeyj2578@newsis.com

일각에서는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문재인 전 대통령 참석이 확정됨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의 이 대표 방문이 단식을 멈출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문 전 대통령 측에서는 행사 참석은 확정됐지만 이 대표 방문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상태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날 박광온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과 다음날 이어지는 윤재옥 원내대표의 연설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두고 여야 간 정국 대치의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더군다나 검찰이 이르면 이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 대치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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