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바라본 '부동산발 가계빚'…"집값 기대 낮춰야"

기사등록 2023/09/16 06:00:00 최종수정 2023/09/16 09:52:05

주택가격 소득의 26배 수준…서울 중심 회복세

은행 가계대출, 1075조…영끌 투자에 증가 우려

정부·한은 일관된 정책 필요…집값 기대 꺾어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이날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오르면서 지난해 5월(0.09%) 이후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됐다. 2023.08.2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소득의 26배로 치솟았지만 멈출 기미가 없다.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누증이 단기간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나왔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급등의 원인으로 긴축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보인 정책당국의 거시 건전성 정책을 지목하며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값 상승 기대를 원천 차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은행 가계대출 1075조…GDP대비 가계부채 세계 '3위'

16일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1%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높다.

10년전인 2013년 만해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8.4%로 주요국 가운데 15위에 그쳤던 만큼 10년 만에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도 가계부채 급증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로 8월 증가폭(6조9000억원)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달전보다 6조9000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는 전월보다 7조원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상승을 보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소득 26년 모으면 집 한 채…최근 다시 상승세

가계부채 급등 원인으로는 과도하게 높은 주택 가격이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은  기준금리가 0.75% 수준으로 떨어졌던 2020년 3월부터 빠르게 올랐다.

통화당국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며 지난해 8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경제 여건을 볼 때 주택 가격은 여전히 고평가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은의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6배다. 26년간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주요 80개국의 중위값 10.9배를 크게 웃돈다.

문제는 높은 수준의 집값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 가격이 다시 반등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올해 7월 아파트 가격이 '강남3구→서울→수도권' 순으로 상승하고 있고, 비수도권도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거래 확대와 하반기 아파트 입주 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 수요로 가계대출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수도권에서 지난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매매 비중이 전체의 약 50.9%로 2008년(54.6%)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일 오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09.14. xconfind@newsis.com

◆정부·한은 일관된 정책 필요…집값 기대 꺾어야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한 점에 대해 통화정책과 거시 건전성 정책이 엇박자를 보인데 있다고 진단한다. 높은 수준의 금리에도 정책 당국의 대출 규제 완화가 '영끌' 부동산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만 해도 집값 폭등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춘 점이 작용했지만, 올 들어 기준금리가 3.5%로 긴축을 이어가는 와중 가계부채 증가는 정부의 50년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상품 출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의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의 소득 및 가격 요건을 제한하는 등 거시건전성 정책은 긴축 통화정책과 일관성을 보이며 일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가계부채 급등은) 가계부채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면서 "특례보금자리와 일부 금융상품의 대출 규제가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은 "당국의 대책은 대출 공급 측면의 상방을 제약한다면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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