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첫날 부산역…영문 모르는 고령층 "왜 취소"

기사등록 2023/09/14 16:45:04

철도노조 14일 오전 9시~18일 오전 9시 총파업 돌입

코레일, 내부 인력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 최대 확보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4일 부산 동구 부산역 매표소에 파업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3.09.14.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부터 4일간 1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부산역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지만, 총파업 사실을 몰랐던 고령층이나 외국인들은 열차 운행 차질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

이날 오후 부산역 대합실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민 여럿이 벤치에 앉아 있었고,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기차 승강장 입구에는 파업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대전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을 찾았다는 남모(50대)씨는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체감하진 못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부산역 앞 광장에서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하는 것을 보고 실감이 났다"고 밝혔다.

남씨는 "그래도 열차가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등의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동탄에서 오는 가족의 마중을 나왔다는 문모(60대)씨는 "수서~부산 SRT의 예약 대란은 항상 있어왔던 문제라 파업이라고 해서 예약이 더 힘들거나 취소되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 내 안내센터 관계자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시민이 피해를 호소했으며, 특히 정보 소외계층의 고령자와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피해가 컸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파업으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열차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약 2주 전부터 계속 알림을 보냈다. 하지만, 앱을 이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이나 뉴스를 통해 파업 소식을 듣지 못했던 분들은 역에 와서 '갑자기 왜 취소된 것이냐'며 따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림을 보내도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분들은 역에 와서 두리번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오후 노사 본교섭이 결렬된 철도노조는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은 ▲KTX와 SRT의 고속철도 통합 ▲성실 교섭 및 합의 이행 ▲4조 2교대 시행 등이다.

노조는 파업 중에도 필수 유지 인력 9000여명을 유지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노조 파업에 대비한 비상수송체제에 돌입,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수도권 전철과 장거리 위주 KTX에는 운전 경력이 있는 내부 직원 등을 우선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파업 예고 기간 중 열차 종류별 평시 대비 운행률은 ▲수도권 전철 75% ▲KTX 68%이며, 일반열차는 ▲새마을호 58% ▲무궁화호 63% 수준이다.

화물열차는 코레일 내부 대체 기관사를 투입해 평시 대비 27%를 유지하고 수출입 화물과 산업 필수품 등 긴급 화물을 위주로 수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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