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대전 교사, 아동학대 고소당한 이유 들어보니…

기사등록 2023/09/14 13:58:45 최종수정 2023/09/14 15:24:05

"시험 중 뒤돌아본 학생 지적하며 '0점' 말해"

"아이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고소"

숨진 교사 학폭 '가해자'로 지목해 신고

[대전=뉴시스] 유순상 기자=학부모 악성 민원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 여교사 운구차량이 9일 근무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유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생전에 담당했던 교실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3.09.09. ssyo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주영 인턴 기자 = 숨진 대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이유가 공개되며 공분이 일고 있다. 아이에게 '0점'이라고 말해서, 수업 중 색종이를 접는 아이를 혼내서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 13일 YTN 뉴스라이더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시험 시간에 뒤를 돌아보는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넌 0점'이라고 말하거나 수업 시간에 색종이를 갖고 노는 학생을 지적했다고 한다. 학생이 다른 친구의 책에 우유를 쏟자 "네가 똑같은 책으로 보상해 사죄해야 한다"고 혼을 내기도 했다.

친구 뺨을 때린 학생을 다른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라고 물은 뒤 교장실로 데리고 가 지도를 받게 한 일도 있었다.

교사의 이러한 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했다.

10달 동안 이어진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교사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우울증 약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사노조 박소영 정책실장은 "아동복지법은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정상적인 발달에 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며 "아이가 위축됐다거나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을 근거로 선생님을 얼마든지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신고돼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까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실장은 "당시 4명의 아이가 1명의 아이를 괴롭혔다는 증언이 있었고,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가 열린 기록이 있어서 우리는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서 열린 학폭위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데 알고 보니 선생님이 가해자 측으로 명기된 학폭위였다"며 "전문 변호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실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돌아가신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서 대응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수사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하는 학교나 제도의 지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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