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北의 후견국 자임…북·러 급속도 접근에 촉각
북한은 한미일 공조에 맞서기 위해 중국 뿐만 아니라 대러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침략 후 서방으로부터 고립된 신세여서 고갈된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선택지라 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된 부담을 안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나설 경우,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가 펼쳐질 우려가 있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약 4년 반만에 성사될 가능성이 큰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러 관계도 미묘해진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북한의 후견국 역할을 자임하는 중국은 북-러의 급속도 접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중·러·북을 하나의 진영으로 삼는 이미지가 확산될 수 있어 대미(對美)를 포함한 중국의 세계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가 서방의 포위망을 피해 글로벌사우스라 불리는 신흥·개도국에 접근해오다 최근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곳이 북한"이라며 "우선순위는 추가적인 고립을 감수하면서까지 전투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러시아로서는 "경제 침체를 줄이고 전투를 계속하기 위한 최대 파트너가 중국"이라고 전제한 뒤 "무역을 급격히 확대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3월에 모스크바로 초청해 중국과의 밀월을 과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과도한 중국 의존도 피하고 싶기 때문에 러시아가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 것이 신흥 개발도상국"이라고 했다.
다만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은 냉전시대에 비동맹주의를 표방하며 동서양 어느 진영에도 공식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그 전통은 지금도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지난 7월27~28일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 코모로의 아잘리 아수마니 대통령은 푸틴 면전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정전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푸틴은 러·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식량의 무상 공여 등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표명했지만,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도 2019년 43명에서 올해는 17명에 불과했다.
닛케이는 "그런 가운데 유엔 결의를 무시하고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다가 '불량배' 국가로 고립된 북한과 러시아의 접근이 선명해지면 신흥 개도국은 같은 진영으로 비쳐지기 싫어 반대로 러시아로부터 멀어지려 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러시아에 대해 "잃을 것이 많은 금단의 방침 전환"이라고 비유했다.
일본 공영 NHK는 김 위원장의 방러 배경을 놓고 "북한이 미국 등과의 대결 자세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4년 만에 방문함으로써 양국의 결속을 과시하는 동시에 '국방 5개년 계획' 실현에 필요한 군사 기술 지원 등을 받아낼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HK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포탄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공위성이나 핵잠수함에 사용되는 첨단기술 지원을 요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기 위해서도, 러시아 측으로부터 식량 지원 등의 경제 협력을 얻어내려는 목적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군사 분야에서 유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사침공 장기화로 포탄 등 탄약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러시아가 탄약과 무기 부족 해소를 위해 북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HK가 보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달 북한과의 합동 군사훈련이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러시아로서는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 강화를 보여줌으로써 함께 대립하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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