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근무지 무혐의 처분에도 '교권보호위원회' 안 열어줘
마지막 학교 '공교육 멈춤의 날' 다음날 '동료장학' 실시
[대전=뉴시스]유순상 기자 = "아내가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후 교사 집회에 대부분 참석했고 지난 4일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에도 병가를 냈습니다. 집회에 다니면서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으면서도 ‘바뀌는 게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학부모의 고소와 악성 민원에 따른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40대 여교사 A씨 남편 B씨의 말이다.
동료교사들은 A씨가 서이초 사태를 겪으면서 교권 개선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관리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것에 절망했다고 전하고 있다.
10일 대전 지역 교사들과 유족의 증언,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사례 모집에 직접 작성한 A씨의 글을 종합하면A씨는 자신이 근무한 학교의 관리자들에게 크게 두 번 실망했다.
A씨가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한 전 근무지인 C초등학교 2019년 1학년 담임 당시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 지도에 한계를 느껴 교장에게 지도를 부탁하자 해당 학부모는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다. 교장과 교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A씨는 지도 차원일뿐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학부모에게 말했지만 같은해 12월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다.
교육청 장학사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왔고 교내학력폭력위위원회는 해당학생에게 학내외 전문가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고 결정했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학교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부분을 현직 교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는데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주지 않은 것은 학부모 눈치만 보고 교사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의 전 근무지인 C초등학교에서 같이 근무한 D교장의 현 근무지인 E학교에는 고인의 발인일인 9일 근조 화환이 다수 배달됐고 교장의 당시 태도를 비난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또 한번은 마지막 근무지 E초등학교에서 발생한다.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 A씨는 서울 집회에도 열심히 참여했고 지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도 병가를 내고 집회에 다녀왔다.
문제는 학교측의 대응이었다.
이 학교 교사 상당수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했고 학교측은 다음날인 5일 '동료장학'을 했다. 동료장학은 교사들이 수업을 하는 것을 교장과 교감이 직접 보는 것으로, 교사들은 보복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발인 당시 이 학교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의 메모장과 근조화환 등에 학교 관리자를 비난하는 글들을 볼 수 있었다.
해당 학교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공교육멈춤의날 집회 참여 교사들 대응에 오락가락하고 거기에 대전시교육청이 발을 맞추면서 연쇄적으로 일부 일선학교 관리자들까지 동참했기 때문이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육부의 엄정 대응 방침에 대전시교육청은 교사 입장에서 단 한번도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고 정당한 교원휴가를 불법이라고 징계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됐는데 시교육청이 선심성 징계 철회 방침을 내놓아 교사들 시선이 곱지 않다"며 "시교육청이 교권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진정한 교권 회복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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