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 넘은' 정치인 막말, 정치 불신만 키워…퇴출시켜야

기사등록 2023/09/08 12:03:29 최종수정 2023/09/08 14:35:09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북한에서 온 쓰레기"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나 쓰는 표현이 2023년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울려 펴졌다. 야당 국회의원이 탈북자 출신 여당 국회의원을 향해 한 말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대정부 질문에 나섰다. 태 의원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을 비판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국가적인 행태를 보고서도 말을 못하는 것이 공산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태 의원을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라고 외쳤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부역자", "빨갱이"라고 비난했다.

대정부질문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순간 귀를 의심했다.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고 비판하는 일은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발언하는 의원의 출신과 관련된 부분을 들어 원색적인 욕을 하는 것은 거의 없던 일이다. 도를 넘은 인신 공격이라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야당의 막말은 북한의 태 의원 공격과 닮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6년 귀순한 태 의원에게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쓰레기라는 표현은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을 향해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북한 입장에선 조국을 배신하고 남한으로 간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향후 또 다른 탈북자를 막고, 남은 사람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탈북자 출신인 의원을 향해 신성한 국회에서 "쓰레기"라는 말을 담는다는 건 자유 대한민국에 귀순한 인사에 대한 인격 모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우리 국회에서 사라져야 할 막말정치인 셈이다.

탈북자는 북한에서 탈북해 대한민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말한다. 탈북민은 생사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국회에는 지난 19대 조명철 의원을 시작으로 태영호, 지성호 같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들이 등장했다.

탈북자들도 원하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다.

당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국민들을 통합하는 정치를 추구해야한다. 그런데 북한에서 왔다고,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욕을 하는 건 매우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정치를 자행하는 자해적 정치다.

이번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발언뿐만 아니라 지난 2020년 문정복 민주당 의원도 SNS에 태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고 글을 올렸다 삭제한 일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북한당국이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결이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태 의원이 지난 5월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도 태 의원의 발언을 비판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처럼 원색적인 욕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같은 당이라서가 아니라 같은 동료의원에게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 의원이 "쓰레기"라는 표현은 태 의원을 동료의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태 의원은 7일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박영순 의원을 제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3분 만에 쫓겨났다. 태 의원의 말을 듣고만 있던 이 대표는 그가 떠나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혼잣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태 의원이 곡기를 끊은 야당 대표를 찾아 항의한 행동은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영순 의원이 태 의원을 비난할 때도 제지하는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 막말에 대한 자정능력이 결여된 것이다.

국민들이 보고 있는 대정부질문에서 동료 의원을 향한 욕설은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국민이 민망해 하는 꼴불견이 사라져야 국민도 정치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인격 모독적 막말 정치는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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