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뜻밖의 현상…"술·담배 생각도 줄어드네"

기사등록 2023/09/07 11:35:05 최종수정 2023/09/08 08:57:04

알코올·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 욕구 저하

[서울=뉴시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글로벌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술·담배 욕구도 감소시킨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당뇨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같은 성분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술·담배 욕구를 감소시킨다는 관찰 결과가 소개됐다.

미국 CBS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의료 기관 얼티밋 헬스 인스티튜트의 타미카 핸리 박사를 인터뷰하며 오젬픽·위고비를 투약한 환자 중 일부가 알코올과 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에 욕구를 덜 느낀다고 보도했다.

타미카 핸리 박사는 CBS 인터뷰에서 “위고비나 오젬픽을 처방 받은 환자들에게서 알코올, 니코틴, 오피오이드(중독성이 있는 진통제)에 대한 갈망이 감소한다는 점이 관찰됐다”며 “위고비나 오젬픽이 도파민 분비를 저하시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코올이나 니코틴, 도박 등 중독성이 있는 행동을 할 때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다량 방출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위고비나 오젬픽은 도파민 분출을 감소시켜 만족감이 떨어져 욕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타미카 핸리 박사는 “위고비가 일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이런 효과를 낸다는 연구가 있기는 했으나 충분하지 않다”며 “분석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약이 술·담배 욕구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알코올중독연구소 로렌조 레지오 연구팀은 지난 5월 세마글루타이드를 섭취한 설치류가 섭취하지 않은 설치류에 비해 알코올을 덜 마셨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JCI 인사이트’에 공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위고비는 심혈관 부작용 위험을 20%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위고비가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을 20% 낮췄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부터 최대 5년간에 걸쳐 당뇨병 병력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심혈관 질환이 있는 45세 이상 성인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2.4㎎을 주 1회 투여하고 위약(가짜약)과 비교하는 임상을 진행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로 치료받은 사람들의 심혈관계 사망 및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 부작용을 20%나 월등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GLP-1 RA계열 약물로, FDA가 비만 장기치료로 승인한 6가지 약물 중 하나이다.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체중 감량 효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방출을 증가시키고 식욕 감소를 일으키는 뇌의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포만감 또는 충만감의 감각을 초래하며 천연의 GLP-1 호르몬수치로 가능한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한편 위고비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도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위고비 수요가 급증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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