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430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이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건축왕 A(61)씨와 공인중개사 등 공범 2명은 최근 인천지법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획인됐다.
이들은 이달 중순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상태에서, 빠른 피해복구를 위해 석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석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조직적 전세사기범 A씨 일당에 대한 보석 허가 반대 및 범죄단체에 대한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해 달라”며 인천지법에 급히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책위 측은 탄원서를 통해 “정부에서 피해 지원책으로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피해자들이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대로된 대책은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며 “또한 재판의 과정에서도 A씨 일당은 반성은 커녕 ‘사기의 의도가 없었다’, ‘자신도 피해자다’라며 항변하고 있고 자신의 전재산을 잃고 빚에 저당잡힌 채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 재산인 피해자들의 온전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사기행각의 주범과 공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구속 만기일인 9월 8일을 기점으로 A씨 일당이 보석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A씨 일당에 대한 보석 허가를 반대하는 동시에 계속 구속수사가 될 수 있도록 범죄단체에 대한 구속영장을 새로이 발부해 주실 것을 탄원한다”고 적었다.
A씨 등의 보석심문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 인천지법 형사1단독(재판장 홍준서)에서 심리할 예정이며, 결과는 며칠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533가구의 전세보증금 약 43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건축왕'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대부분의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그는 PF 및 준공 대출금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사업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2700여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했다.
하지만 A씨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출이자, 직원 급여, 보증금 등을 돌려막기 하던 중 결국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1월부터 여러 주택의 경매가 개시됐지만 A씨가 고용한 공인중개사 등은 이 사정을 숨기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을 편취했다.
검찰은 A씨가 다수의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이를 총괄하는 '중개팀'을 두는 등 체계적인 조직관리를 통해 전세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그는 총괄팀장, 실장, 팀장 등 직급과 역할을 나누거나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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