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중대재해법 적용' 건설업체 대표 "혐의 시인"

기사등록 2023/09/05 12:31:16 최종수정 2023/09/05 14:28:06

안전 관리 조치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

'서울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

대표 측 "형사 책임 모두 묻는 건 가혹"

변호인 "입법 취지 공감해 혐의 인정"

[서울=뉴시스]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안전 관리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체 대표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안전 관리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체 대표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 건설업체와 이모 대표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대표와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시인한다면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사업주의 의무 위반 외에 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자기 안전 의무 위반 과실이 크다"며 "형사상 책임을 모두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사고는 3층 벽 환기구 작업 중 지하로 추락하며 근로자가 사망했는데 사고가 난 환기구 크기가 상당히 작고, 같은 근로자들도 도장공이 왜 사고가 났는지 의아해한다"며 "사망한 근로자도 사고가 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작업에 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와 이 대표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그간의 노력 및 회사의 향후 조치와 계획을 양형 요인으로 참작해달라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선임급 근로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재판 뒤 취재진과 만나 "작업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공감해 혐의를 인정하게 됐다"며 "이를 양형에 참작해 달란 취지로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등은 지난해 3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근로자 B(65)씨에게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지하 3층에서 환기구에 페인트칠을 하다 지하 4층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두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업체의 현장소장은 B씨에게 안전모와 안전대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현장에 안전대 걸이와 추락 방호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점도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안전 의무 위반으로 보고 A업체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또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하자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자를 고용하지 않고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투입됐던 현장의 공사금액은 66억원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중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다만 검찰은 이 대표가 유족과 합의한 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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