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 3.3㎡당 1625만원 수준
서울 3.3㎡당 3192만원에도 평균 39대 1 경쟁률
"공사비 오르고 공급은 줄어들며 불안심리 작용"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둔촌 주공이나 철산 자이의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때 도전해 볼 걸 후회하고 있네요."(30대 서울 거주 직장인 A씨)
최근 몇 달 사이 분양가가 급속도로 치솟고 있지만 청약시장에는 오히려 불이 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과 몇 개월 사이 분양가가 급등하는 것을 체감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625만원으로 전년 동월(1453만원) 대비 약 11.88% 상승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2821만원에서 3192만원으로 분양가가 약 13.16% 급등했다.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일원에서 공급된 '래미안 라그란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310만원으로, 이는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4월 분양된 인근 '휘경자이 디센시아'(2945만원)보다 약 12.39% 올랐다. 이 단지는 1순위에서 평균 79.1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권에서도 분양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 일원에 분양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는 3.3㎡당 분양가가 3320만원으로 3개월 전 인근에서 분양된 '광명자이더샵포레나'의 분양가(2772만원) 대비 19.77%나 비쌌지만,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8.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계약률도 90%를 넘겼다.
이는 지방도 마찬가지다. 올해 7월 부산 남구 일원에 분양한 '대연 디아이엘'은 3.3㎡당 분양가가 2334만원으로 올해 3월 인근에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1753만원) 대비 무려 33.14% 올랐다. 전용면적 84㎡ 최고가 기준 4개월 사이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그런데도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5.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9일 전 세대가 계약에서 완판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오르고, 공급은 줄어들면서 수요자들이 분양가가 지금보다 더 내려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오늘이 가장 싼 분양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양가 인상이 거세지면서 이전 집값이 급등할 때 느꼈던 불안심리가 작용하면서 새 아파트에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비, 인건비 인상 등의 이유로 분양가는 매년 오르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영향, 급격하게 오른 물가 등으로 수요자들의 가격 민감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합리적인 분양가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며 "과거 아파트 청약 시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입지, 개발호재 등을 우선시했지만, 최근에는 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추세에 이달 분양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물량은 총 3만3477가구(임대제외 총가구수)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월간 기준 가장 많은 물량이며, 지난해 동기(1만4793가구)와 비교해도 2배 이상이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동기(5326가구)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만9519가구가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다. 특히 서울(0가구→1만95가구)에서만 1만가구 이상의 물량이 증가했다.
이달 예정된 지방 분양물량은 1만3958가구로 이 역시 전년 동기(9467가구)보다 47% 늘었다. 특히 부산(5650가구)과 광주(3560가구) 2개지역이 지방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의 분양 시장 분위기도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5만5000여가구(6월말 기준)나 적체돼 있는 지방 미분양이 1~2만 가구 이상 더 해소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회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8월 기준 수도권 청약경쟁률은 평균 39대 1(서울 91대 1)로 치열해졌지만 같은 시기 지방은 3.7대 1(광역시 5대 1)로 연초의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분양단지의 청약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지방에서의 분양성적과 미분양 우려감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분양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예정된 9월 물량이 상당한 만큼 수도뿐만 아니라 지방도 분위기 개선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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