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혹자는 채널A '하트시그널4'가 '웹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의 연애하는 과정을 예쁘게 연출하다 보니 리얼리티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곤 했다. 특히 시즌4는 승무원 출신 김지영 등 출연자 이슈부터 촬영 목격담, 간접광고(PPL), 타임라인 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었다. ENA '나는솔로', MBN '돌싱글즈4', 티빙 '환승연애' 시리즈 등이 날 것의 매력을 강조해 비교됐는데, 하트시그널은 2017년 첫 선을 보인 후 현실 커플이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개인적인 부분이라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방송 후 몇몇 커플은) 실제로 사귀었다. 근데 방송을 보다가 많이 헤어지더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촬영 도중에 출연진 인터뷰를 안 한다. 하루 하루 보내고 카메라 앞에 서면 촬영처럼 느껴질 수 있어 끝나고 몰아서 인터뷰한다. 시그널하우스 안에서 일어난 일을 어느 정도 모르고 있다가 방송을 보고 헤어진 경우가 많다. 우리의 난제였는데, 진정성 부분은 안타깝다. 쇼윈도 커플 혹은 비즈니스를 하려고 선택한 건 정말 없었다."(박철환 PD)
하트시그널4에선 신민규·유이수, 한겨레·김지영 등 총 두 커플이 탄생했다. 제작진은 촬영 전 각종 시물레이션을 하지만 "러브라인이 맞았던 적은 없다"며 "이번에는 정말 예측이 안 됐다"고 귀띔했다. 초반부터 신민규와 김지영이 뛰어난 외모로 주목 받았고, 두 사람이 이뤄지길 바라는 시청자도 많았다. 김지영에게 남자 4명이 호감을 보이는 등 관심이 몰리기도 했다. '지영시그널'이라고 불린 까닭이다. 박 PD는 "8명 서사와 감정선 변화가 뚜렷하고 얽혀있어서 어떻게 풀지 걱정이었다"며 "김지영씨 이야기에 이후신, 김지민씨 감정선도 있었다. '재미없지 않을까?' '누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8명 이야기 모두 이해 가는 게 중요했다"고 짚었다. "신민규씨 인기가 많아서 다 살렸다기 보다 지민, 지영씨 서사가 포함된 것"이라며 "유이수씨는 늦게 들어와서 다른 분들보다 이야기가 적게 느껴질 순 있다"고 부연했다.
종방 후 신민규·유이수가 '럽스타그램'을 해 현실에서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다. 다음 달 1일 오후 10시50분 첫 방송하는 스핀오프 '애프터 시그널'에서 출연자 8명의 최종 선택 후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우리도 경험치가 쌓여서 예방주사를 놨다"며 "'방송 보고 이해해라. 지금이 중요하지 않느냐' 등의 얘기를 많이 했다. 지난 시즌보다 예방주사가 듣지 않았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방송 끝나고 '우리들끼리 하트시그널 찍었어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최종 선택 후 짐을 싸면서 심경이 복잡하다고 하더라. 커플은 됐는데 나가면서 '손을 잡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할까?' 고민한다. 여기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스핀오프는 '어떻게 사랑을 지켜갈까?'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트시그널4는 1회 0.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5회 2.3%로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왠만한 OTT에서 모두 서비스했다. 시즌3(2020) 이후 3년 여 만에 돌아왔지만,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박 PD는 "시청률과 화제성 부분에서 지난 시즌 만큼 결과가 나왔다. '나름 잘 됐다'고 해도 되죠?"라며 웃었다. "주 시청층이 OTT 친화적인데, 마지막 본방 시청률을 보고 감동 받았다. '이게 하트시그널 하는 맛이구나'라고 느꼈다"며 "댓글, 리뷰 등을 보면 본인들의 연애 이야기를 해주더라. 같이 숨 쉰다는 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애초 수요일 오후 10시30분 편성, 나는 솔로와 맞붙었다. 1·2회 연달아 0.5·0.7%를 기록, 3회부터 금요일 오후 10시50분으로 편성을 바꿨다. 꼭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라며 "하트시그널은 매 시즌 0%대로 시작했다. 시즌1~2도 금요일 오후 11시 방송했다"고 밝혔다.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수요일로 갔는데, 연애 프로그램을 동시 방송하면 시청자에게 풍부한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하트시그널을 보는 주 시청층 감성이 금요일 밤에 맞다고 판단해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애 예능물은 '출연자 섭외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방송 전 김지영 이슈가 불거져 당황하지는 않았을까. 올해 초까지 의사와 교제했는데,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하트시그널4가 출연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본인에게 재차 확인했다"며 "3차까지 인터뷰하면서 어떤 분과 만났고 헤어졌는지 등을 다 알고 있었다. 당연히 헤어지고 나온 걸 알았지만, 날짜 등은 조금 오해가 있었다"고 짚었다. "지영씨가 (유)지원씨와 대화를 통해 과거 연애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 지금까지 한 번도 과거 연인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전 연인이 소환되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고민 끝에 과거 이야기를 담았는데, 지영씨와 지원씨 서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시즌3까지 겨울을 배경으로 해 정제된 느낌이었다면, 시즌4는 봄에 맞게 출연자 개성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유독 PPL이 많아 몰입도를 깨곤 했다. 출연자 의상 PPL 관련해선 말을 아꼈지만, 데이트 장소 협찬은 억울해 했다. "장소는 출연자들이 98% 선정한다. 데이트 원하는 장소를 받은 뒤 수소문해 섭외한다"면서도 "매 순간 촬영이 가능한 게 아니지 않느냐. 거부하거나 일정이 안 맞아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데이트는 해야 하는데 장소가 없을 때 두 군데 정도 약속된 곳에 갔다"고 해명했다.
박 PD도 하트시그널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 시즌1부터 함께 한 이진민 본부장과 2019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시즌3·4는 결혼 후 만들어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결혼도 연애"라면서 "관계를 들여다보면 매번 새롭고 어렵다"며 부끄러워했다. "출연진 외모를 보면 아닐 수 있지만, 하트시그널은 가장 현실 연애에 가깝다. 연애를 하기 위한 연애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이 발생하지 않느냐"면서 "민규, 지영씨 서사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지만, 잘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적은 없냐고? 오랜만에 해서 더 설레고 긴장됐다. 3년 만에 돌아오니 출연자 성향, 연애 방식 등이 또 새롭더라. 입주자 후보 인터뷰를 하면서 적응했는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 시대 아이코닉한 분들을 찾고, 그 시대 표현법 등을 보여줘 매번 새로울 수밖에 없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속 세포처럼 현장에서 숨어서 '와~' 하며 본다. 제작진이 과몰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난 사랑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고, 항상 제로 세팅해 매번 연애를 배우는 느낌이다."
하트시그널은 채널A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지적재산권(IP)인 만큼,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시즌4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선보였지만, "시즌5는 훨씬 텀이 짧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트시그널은 처음부터 도시 남녀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주는 힘이 크다"며 "매 시즌할 때마다 '어디 나갈까?'라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공감이다. 그림이 예쁘고 새로운 것도 좋지만, 내 이야기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주의다. "현장 사진, 스포 등도 관심을 가져줘서 생기는 함정"이라며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에 어려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하트시그널을 보며 '청춘남녀 연애를 너무 아름답게만 포장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리얼리티 매력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박 PD는 여느 여성들 못지 않게 감성적이고 섬세했고, 누구보다 연애 이야기에 진심이었다. 시즌1~시즌4 음악 모두 직접 선곡할 정도로 프로그램 애착도 크다. 시즌5도 하트시그널만의 정체성을 유지할까.
"예쁘게 찍는 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난 대부분의 연애는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자들이 한 달 동안 보낸 추억이라서 예쁠 수 밖에 없다. 너무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왜곡이 아닐까. 이분들이 예쁘게 기억하고, 방송에 예쁘게 나가는 것도 나름의 진실이다. 청춘들이 제일 사랑한 순간이니까. 누굴 좋아할 때 도시도 예뻐 보이지 않느냐. 그 감정을 계속 느끼고 환기하는 연출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하트시그널과 함께 안목과 통찰력이 성장하고 날카로워져서 그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 여러 시선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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