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공판준비기일 출석
증인으로 친부·조부·새할머니 등 신청
정유정 측, 비공개 재판 신청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지난 5월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법정에 출석해 "계획된 범죄가 아니며 경제적인 부분에 불만을 갖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8일 오전 부산법원종합청사 354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정유정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둥근 검정 안경과 흰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공판 준비 기일은 공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판이 집중·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피고인 측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다.
재판부가 정유정 측에 증거 관련 동의를 묻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10분 간 정유정 측에 증거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상의한 뒤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정유정 측 변호인이 증거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던 중 정유정이 끼어들어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
정유정은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다. 경제적인 부분에 불만을 갖진 않았다"면서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유정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 배경 사실과 관련, 새할머니의 뺨을 때리고 구타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검찰은 정유정의 계획 범행을 설명해 주는 혈흔 형태의 분석 감정 등을 추가 자료로 제출하고,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유정 측은 증인으로 정유정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새할머니를 신청했으며 이들의 이름을 정유정 스스로 재판부에 얘기했다. 재판부는 모든 증인 신청을 채택했다.
정유정 측은 또 비공개 재판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유정의 변호인은 "일반 대중에게 이 사건의 행위 내지는 방법이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되거나 왜곡된 내용이 전달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모방 범죄의 가능성이 있고, 오보 등으로 인격권 침해 문제, 피고인의 가족 신분 노출 등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의 공개 여부는 헌법이 공개하도록 돼 있다. 또 국민들이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측면들도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판사는 또 정유정 측 변호인에게 사건의 공개·비공개 여부보다는 재판 자체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유정은 자신의 성장과정과 현재 입장, 정신과 약 복용 사실, 피해자에 대한 사죄 및 반성 등의 내용을 담은 반성문을 6차례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26일 오후 5시41분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A(20대·여)씨의 집에 들어간 뒤 가져온 에코백에서 흉기를 꺼내 A씨를 10분 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정은 A씨를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같은날 오후 6시1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다음날 오전 1시12분 A씨의 시신 일부를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유정은 범행으로 옷에 피가 많이 묻자 A씨의 집에 있는 옷을 훔쳐서 입고 나가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지난 6월21일 정유정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유정이 불우한 가정사 등 어린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한 점과 사이코패스적인 성질이 어우러져 이번 범행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에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26.3점을 받았고,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에서도 '높음' 수준인 14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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