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화랑 등 총 330여개 갤러리 집결
40여개국 아트페어...'총성없는 문화 전쟁'
코엑스서 동시 개최...9월6일부터 10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더 이상 당할 수 없다"(키아프 황달성 회장) vs "성공을 기원한다"(프리즈 패트릭 리 디렉터)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의 2차전이 시작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미술장터’가 오는 9월 다시 요동친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9월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총성없는 문화 전쟁'을 벌인다. 작년보다 56곳이 증가한 총 330개의 국내외 화랑들이 집결한다. 첫 회 판매고를 올린 하우저앤워스,데이비드즈워너, 페이스, 리만머핀, 화이트 큐브 등 세계적인 화랑들도 재참가한다.
지난해는 프리즈의 완승으로 키아프는 '안방까지 뺏겼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코로나 사태인 2021년 키아프는 650억 대 매출을 기록하며 몸집을 키우던 때였다. 2022년 '공동 개최' 전략적 제휴는 프리즈의 화끈한 '서울 침공'으로 막을 내렸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듯한 위력이었다. 7만명 이상이 방문한 '프리즈 돌풍'은 긴가민가하던 '아트테크'에 불을 지폈다. 덕분에 10여 년 간 4000억 원대로 제자리걸음 하던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 원 대를 넘어섰다.
키아프는 '악마와의 계약'을 한 셈이다. 프리즈와 5년 간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해야 할 운명이다. 아시아 진출을 노리던 프리즈와 국제화를 엿보던 키아프의 야심이 미술판을 서울로 돌렸다. 올해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못 온 중국의 ‘큰 손’ 컬렉터들까지 대거 방문할 예정이어서 벌써 뜨거운 한판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 날만 기다렸다'는 투자자들 탓에 국내 경매시장 낙찰률까지 떨어졌다는 후문이 돌 정도다. 실제로 얼리버드로 오픈한 티켓은 하루 만에 매진됐고, 화랑들조차 25만 원 짜리 프리뷰 티켓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라고 했다.
키아프를 운영하는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과 프리즈 서울을 진행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는 "올해 아트페어도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갤러리들이 꾸준히 새로 개장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보이는 반증"이라며 "특히 올해는 일본과 중국 컬렉터들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전시 기획력을 더 높였다"고 했다.
‘경쟁 구도’를 피할 수 없지만 양측은 "홍콩과 벌이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패권'을 서울로 가져오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3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전략을 들어봤다.
◆키아프 서울:20개국 210개 갤러리 참여..."젊은 작가 발굴 소개의 장"
"올해는 젊은 작가를 통해 역동적인 한국 미술 현장을 선보여 프리즈 서울과 차별화한다."
키아프 운영위원장인 황달성 회장은 "키아프는 젊은 작가를 발굴·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초점을 맞췄다. "키아프만의 젊음과 역동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신작 중심으로 행사를 꾸렸다"며 '프리즈 쏠림 현상'을 설욕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프리즈의 작품과 가격차가 있어 상대적으로 위축이 될 수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젊은 작가를 찾으려면 프리즈 서울보다 키아프로 올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키아프는'몸집을 불렸다. 지난해보다 46곳이 늘어난 210개 갤러리(국내 137개·해외 73개)가 참가한다. 이는 올 초 협회장 선거에서 1표 차로 승리한 황 회장의 화합과 상생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 화랑 증가는 '보은 차원'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화랑협회는 이번 참가 화랑 심사는 6차까지 거치며 신중했다고 밝혔다.
키아프는 'K 아트'의 저력을 다지는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 특히 △키아프 플러스 △키아프 하이라이트 △키아프 특별전 등 8개 프로그램으로 프리즈에 맞불 작전을 펼친다.
지난해 세텍에서 열렸던 '키아프 플러스'가 코엑스로 들어온다. '따로 국밥'처럼 운영됐던 부작용을 탈피, 키아프와 같은 장소에서 연합, 젊은 작가들의 세를 뽐낼 예정이다. ‘키아프 하이라이트’는 올해 신설됐다. 황 회장은 "참여 작가들의 홍보와 지원에 힘쓰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드'를 제정한다"며 "3명 작가를 선정하여 코엑스의 후원으로 30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수여한다"고 했다.
특별전은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2개의 전시로 마련했다. 미디어 강국의 강점을 살린 '뉴미디어 아트 특별전'과 전통 한국화의 영광을 재현하는 '박생광·박래현의 '그대로의 색깔 고향' 전이다. "키아프가 추구하는 미래 지향적인 성향을 보여줌과 동시에 키아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전통 한국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장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었다.
황 회장은 "키아프는 젊은 작가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작년에 제기되었던 아쉬운 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올해는 더욱 발전적인 페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 유관 기관 등이 적극 협력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협회 미술행사에 정부와 유관기관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아트페어가 미술 올림픽'처럼 치뤄지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세계젝인 미술기관, 파워 컬렉터들 등 수 만명이 방문, 문화 인프라 확장은 물론 관광과 유통 산업까지 이어진다. 국가 대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사 선수(작가)들과 문화 수준을 경험하고 경쟁하는 장이다."
키아프 서울은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세계 이례적인 국제아트페어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 영국 프리즈, 프랑스 피악이 전 세계 '토종 아트페어'를 삼키며 각 나라별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식 페어'에 대항하고 있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A, B홀과 그랜드 볼룸을 포함한 1층 전체를 사용, 9월6~10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70여 개의 아시아 갤러리에 주목해달라."
패트릭 리(Patrick Lee)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즈 서울 개최 후 서울이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예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글로벌 그룹의 디렉터로 거시적인 안목을 보였다. "좋은 아트 페어는 컬렉터와 큐레이터 간의 상호 연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프리즈가 아시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했다. 이는 "올해 처음 참여하는 아시아 갤러리들이 증가한 것이 반증"이라며 "아시아 갤러리들의 서울 진출은 한국의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여유감을 보였다.
2023 프리즈서울에는 30여개국 12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이중 메인 섹션에 아시아에 기반을 둔 갤러리 70곳이 부스를 차린다. 한국에서는 갤러리바톤, 국제갤러리, 학고재, 갤러리현대, PKM갤러리가 지난해에 이어 이름을 올렸고, 가나아트가 첫 참가한다.
아시아 기반 젊은 갤러리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 (Focus Asia)'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예술 작품을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 특별 섹션이 볼거리다. 지난해 600억 대 피카소 작품 등 미술관급 작품을 선보인 마스터스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올해 프리즈 마스터스는 고대 유물부터 희귀 필사본과 서적, 20세기 걸작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예술을 한자리에 모아 국내외 컬렉터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시카고 그레이 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의 첫 참가를 기념해 짐 다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하우메 플렌자, 맥아서 비니언, 레온 폴크 스미스, 에블린 스태팅거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또 폴 세잔, 헬렌 프랑켄탈러, 루시안 프로이트, 앙리 마티스, 조안 미첼, 파블로 피카소, 에곤 실레, 윌리엄 터너 등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 작품도 들어온다.
키아프가 참여 갤러리의 수를 대폭 늘린 것과 달리 지난해와 비슷하게 120개 갤러리를 유지한 패트릭 리 디렉터는 '전시 환경 디테일'에 집중했다.
작년 '멸치 떼처럼 쓸려 다닐 정도로' 북적였던 공간을 개선했다. "2개의 입출구였던 전시장은 3개의 문을 열어 동선을 관리, 쾌적한 관람에 신경을 썼고 행사의 사소한 부문까지 챙겼다. 관람객들은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갤러리들의 노출도와 운송, 보관 장소, 케이터링 메뉴까지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한 감각을 자랑하지만 프리즈도 시작은 미미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벼룩시장처럼 임시 텐트를 치고 문을 열었다. '예술은 백만장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기치와 신진 작가들의 '신선한 미술'로 흥행하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등극했다. 글로벌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 Endeavor의 자회사 IMG 그룹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2014년 프리즈 뉴욕, 2019년 프리즈 LA에 이어 2022년 서울까지 진출했다.
프리즈 서울을 이끄는 리 디렉터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갤러리현대 전무 출신이다. 프리즈 서울의 흥행에 힘입어 LG올레드(LG OLED)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 프리즈의 글로벌 리드 파트너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도이치뱅크(Deutsche Bank)가 지원을 계속한다.
리 디렉터는 “특히 올해는 엔데믹으로 일본, 중국 컬렉터들도 대거 방한이 예정되어 있어 기대감이 크다"며 "한국이 가진 전반적인 에너지에 대해 높은 평가가 있었고 참가 갤러리들의 수준도 높은 만큼 다양한 부대 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이 예술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는 '머니게임, 미술 장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프리즈가 한국 미술시장을 싹쓸이한다는 지적도 있다. 리 디렉터는 단순하게 장사로만 보는 건 편견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아트 페어는 담론을 제시하고 플랫폼 형성을 목적으로 개최한다"며 "프리즈는 단순한 미술장터가 아니다"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물론 세일즈 역시 성공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술 담론과 플랫폼 형성 여부에 따라 성공적인 아트 페어인가 아닌가 결정된다. 아트 페어를 통해 새로운 관객, 새로운 미술이 형성되고 흡수되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덕분에 고객들의 수준이 섬세하게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관람객과 작가와 화랑과 의미 있는 관계, 건강한 미술 세계의 커뮤니티 형성이 목적인 프리즈는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2023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 D홀에서 6~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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