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독립기념관과 '에코뮤지엄' 구축 추진…5GX 콘텐츠 접목
올해도 AI 미디어아트·챗GPT 로봇·웹 AR 등 실감 콘텐츠 늘려
#"내가 만세를 외친 것은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습니다."
지난 17일 찾아간 천안 독립기념관. 그곳에선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목소리의 울려펴졌다. 그늘 한 점 없는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였지만 그 결연함에 더위가 잠시 잊혀질 정도였다.
SK텔레콤과 독립기념관이 독립운동의 기록들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만든 '에코뮤지엄'을 통해 이처럼 직접 움직이며 말하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두 독립운동가의 모습은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이미지 복원기술 '슈퍼노바' 덕택이다. 슈퍼노바는 오래된 사진이나 영상의 화질·해상도를 개선하거나 흑백 콘텐츠를 컬러로 변환해준다.
SK텔레콤은 여기에 인물 사진 1장을 동영상으로 바꿔주는 'AI 휴먼' 기술까지 접목했다.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사진을 바탕으로 컬러화, 노이즈 제거, 화질 개선, 생성형 AI 등을 적용하고 성우들의 녹음까지 더해 움직이고 말하는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듯한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는 독립기념관 내에 있는 야외 미디어 파사드에서 등장했다. 이들 2명을 비롯해 김구, 김좌진, 안창호, 윤봉길, 이승만, 이회영 등 총 8명의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고화질 컬러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움직이고 말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 뿐이다. 독립운동가 개개인 뿐만 아니라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현장들에도 색이 입혀져 독립기념관을 찾는 이들이 보다 생생하게 민족의 얼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대한독립만세' 함께 외치는 AI 로봇 누리…챗GPT 탑재돼 독립운동 답변도 '척척'
에코뮤지엄으로 변신한 독립기념관의 또다른 야심작은 'AI 미디어로봇'이다. AI 로봇 '누리'는 생성형 AI '챗GPT'가 탑재돼 독립운동과 관련한 질문을 하면 최적의 답변을 내놓아 관람객들의 감상을 도와주고, 체험관 안내까지 도맡고 있었다.
누리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은 독립선언식이 진행됐던 탑골공원 팔각정을 구현해 둔 체험관이다. 여기서 누리는 3.1 운동의 그날처럼 관객들과 함께 독립선언식을 진행하고 관객들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친다.
체험을 진행하면서 누리에게 독립운동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누리에게 "김구 선생님에 대해 알려줘"라고 묻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령과 주석으로 활동했으며 뿔뿔이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가들을 모아 항일 투쟁에 앞장섰다. 독립운동가로서 많은 희생과 헌신을 했으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힘썼다"며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특히 누리는 같은 질문을 해도 매번 형적인 똑같은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다른 설명을 하며 정말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다만 아직 누리가 활동을 본격화한 지는 불과 몇주밖에 되지 않아 다소 부족한 점도 있다. 독립운동과 관련한 질문을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광복절'에 대해 물었더니 갑자기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 식이었다. SK텔레콤은 누리가 앞으로 지속적인 학습을 이어나가면 실수 없이 좀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는 마치 5G 스마트폰처럼 5G 모듈을 내장해 자체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고성능 AI와 5G, 클라우드를 결합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독립기념관의 안내를 도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립기념관서 AR 게임도 즐긴다…'불굴의 한국인상' 퍼즐 맞춰볼까
SK텔레콤은 독립기념관에 '웹 AR(증강현실)' 기술까지 더했다. 독립기념관을 들어서면 곧바로 보이는 '불굴의 한국인상'에 AR 체험존이 마련됐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에 있는 기본 카메라를 이용해 불굴의 한국인상 앞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했더니 곧바로 AR을 체험할 수 있었다.
AR 기능을 활성화하면 조각상 앞에 거대한 무궁화가 피어나게 된다. 무궁화와 함께 독립기념관의 랜드마크들도 등장하는데, 랜드마크들을 선택하면 그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웹 AR 기술은 특히 아이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AR 속에서 불굴의 한국인상을 스캔한 뒤 조각상 모양의 퍼즐을 맞추는 게임을 진행하거나, 쇠사슬에 묶여있는 독립운동가 조각상들을 터치해 태극기를 펄럭이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웹 AR 기술은 이름 그대로 웹 서버를 통해 실시간 콘텐츠 배포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별다른 하드웨어나 모바일 플랫폼에 따른 이중 개발이 필요없어 게임, 전시회, 이커머스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SK텔레콤은 앞으로도 웹 AR을 활용해 독립기념관에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같은 독립기념관의 변신은 지난 2020년 SK텔레콤과 독립기념관이 에코뮤지엄 구축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양측은 오는 2024년까지 5년에 걸쳐 독립기념관의 에코뮤지엄화(化)를 꾀하고 있다.
다양한 실감형·체험형 콘텐츠를 갖춘 5GX 기반 역사테마 복합문화 체험환경을 구축해 기존 박물관·기념관과 독립기념관을 차별화한다는 목표다. 올해 추가된 슈퍼노바·AI 로봇·웹 AR에 이어 내년에도 독립기념관 실내외를 통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이용진 SK텔레콤 기업DX영업팀장은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을 어떻게 더 활성화시킬 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저희의 기술적 방향성을 혼합한 게 에코뮤지엄"이라며 "내년에도 새로운 테마와 콘셉트를 준ㅂ하고 또다른 모습으로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이 만들어진 이후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본 것이 일제에게 취조당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초췌한 모습이었다"며 "독립운동은 일제에게 당한 것만이 아니라 일제와 싸워서 이겨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싸워서 이겨냈다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독립기념관의 모습으로 바꿔나가고자 SK텔레콤과 함께 에코뮤지엄을 만들게 됐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