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공사 선정 시기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조례 개정
상반기 정비사업 실적 부진 만회…브랜드 앞세워 물밑경쟁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하반기부터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지면서 알짜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업계가 본격적인 수주전(戰)에 돌입했다.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구역은 지난달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전까지 조합설립 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야 시공자 선정이 가능했지만,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시기를 앞당겼다. 또 정비사업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는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도록 했다.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올해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86곳에 달한다. 이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32곳, 여의도 4곳, 성수동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이 알짜 정비사업지로 꼽힌다.
특히 개포 주공 5단지(1277가구)는 내달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고, 개포 주공(2698가구) 6·7단지는 지난달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조만간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4지구는 총 9053가구 규모로, 최고 8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중 3지구는 조만간 조합 총회를 열고 80층 계획안과 시공사 선정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진행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여의도 대장주로 꼽히는 한양·공작 아파트는 수주전도 치열하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에 대형 건설사 10여 곳이 참석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588가구 규모의 중소형 단지다. 지난 2017년 재건축사업을 시작했지만, 기존용적률이 252%로, 상한 용적률 300%를 적용하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초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 단지는 신통기획을 통해 향후 지상 최고 54층, 1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또 인근에는 시범과 삼부, 대표, 광장아파트 등 재건축 예정 단지 16곳이 밀집해 있다 보니 한양 아파트를 수주하면 향후 여의도 일대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한양 아파트 수주를 기원하는 출정식을 열고, 그 일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내세워 수주전에 닻을 올렸다.
사업승인 인가보다 빠른 조합설립 인가만 받으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되자, 건설업계는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이미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래미안)과 현대건설(디에이치), GS건설(자이), 롯데건설(르엘), DL이앤씨(아크로) 등 대형건설사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앞세워 시공권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과 여의도 등 사업성이 뛰어난 굵직한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수주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으로 그간 선별 수주에 나섰지만, 서울의 알짜 정비사업들이 대거 나오면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선 건설사들이 상반기 부족한 정비사업 실적 만회를 위해 지역별 핵심 단지로 꼽히는 정비사업지에서 치열한 수주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 수주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정비사업지 가운데 사업성이 보장된 알짜 단지가 많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시평 상위 10개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상반기 7조99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0조520억원)보다 60.1%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수주 실적이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6곳이 1조원 이상 수주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10개의 사업지를 확보하며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 실적을 올렸고, GS건설이 3조원 이상 수주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이 2조원 이상, 포스코이앤씨·대우건설·DL이앤씨는 각각 1조원 이상을 수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