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어 당내 의견그룹 잇따라 거부 입장 밝혀
친명계·권리당원 "1인1표 민주주의 원칙 부합" 압박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대의원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최종 혁신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과 지지의 목소리가 엇갈려 나오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물론 당내 의견그룹을 비롯해 강성 지지층 및 권리당원 등이 일제히 입장을 발표하며 당이 두쪽으로 갈라져 충돌하는 양상이다.
비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회의에서 내년 총선이나 민생 관련 시급한 사안이 아닌 당 대표 선출 규칙을 지금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은 "국민이 선출해야 할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로지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의원제 폐지는 총선에는 전혀 적용 사항이 없고 오직 전당대회, 즉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곳에서만 적용된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저희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는 한 내년 총선 이후에 전당대회가 치러지게 된다. 내년 총선이 끝나고 해야 할 일을 굳이 지금으로 당겨야 할 시급성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당내 최대 모임인 '더좋은 미래' 역시 성명을 내고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반영 여부와 비중 등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일년 뒤 개최되는 전당대회 문제로 국민적 관심 사안도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이미 지난 몇 달간 대의원제 폐지 등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어 온 상황에서 지금 이 문제로 당내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국민적 시각에서 매우 적절하지 않다"며 총선 전까지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도부와 의원총회에 제안했다.
비명계 주축의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은 "대의원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대의원제도는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당이 어려운 지역의 의견 반영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운영해 왔다"며 "혁신안은 당내민주주의 원칙만 강조하며 당 조직체계나 대의기관 등이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는 대의원의 가중치를 없애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하는 것은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맞섰다.
김용민 의원은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당 대표를 뽑는데 대의기구인 대의원들에게 60표, 70표의 가치를 주는 건 평등선거에 반한다"며 "1인 1표로 가는 건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이해식 의원도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의원들이 권리당원 숫자와 비교했을 때 보통 1:60 정도 가중치가 있는데 이것은 선진적인 제도가 아니"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대의원에 그렇게 높은 가중치를 두지 않아 1인 1표제로 정리를 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돈봉투 사건이 일어나면서 혁신위를 구성했다"면서 "이렇게 높은 가중치를 지니고 있는 대의원제를 존속하면 돈봉투 요인과 같은 형태의 부패 문제,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함께 자각하면 좋겠다. 이해하고 포용하되 극복해야 한다"고 혁신위를 두둔했다.
강성 지지층도 가세했다. 민대련(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전국 대의원 연합), 파란고양이,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12개 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리당원도 1표, 대의원도 1표라는 김은경 혁신위의 역사적 결정에 지난 5월 우리의 대의원제 개정요구 성명에 뜻을 함께 하는 모든 민주당 권리당원들과 한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한다"며 "민주당의 대표적인 부조리로 지목되어 온 대의원제도의 개정을 담은 이번 혁신안을 민주당 지도부는 즉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들이 환호하는 혁신안을 국회의원이 반대해 좌초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의원 본인에게 크나큰 역풍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대의원제와 공천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며, 혁신의 대상이기도 한 만큼 혁신안 찬반을 의원총회가 아니라 전당원 투표에 회부해 당원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혁신안은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일단 16일 열리는 정책의총이나, 28~29일 의원 워크숍에서 전체 토론을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의원제·공천룰 개정과 같이 당헌·당규를 수정해야 하는 사안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전 당원 투표 등도 거치게 된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과 관련 "당내 논의를 거쳐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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