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유선 김남희 기자 = 신림역 인근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여성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심에 가득 찬 상태에서 발생한 '혐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이모(26)씨를 살인예비,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11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신림동 흉기난동 모방범죄 예고 사건을 살인예비죄로 기소한 첫 사례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신림역 인근을 방문하는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30㎝가 넘는 흉기를 구매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요일날 신림역에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통합심리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씨에게 살인의 목적과 살인예비의 고의, 살인을 위한 객관적·외적 준비행위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흉기가 배송되기 전 구매를 취소했으나, 검찰은 이미 결제를 했다는 점에서 살인예비 혐의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유영철', '이춘재', '전주환' 등 대표적인 살인범죄자들의 얼굴 사진 및 '묻지마 살인'을 망설이는 그림을 검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범행 대상이 특정됐고, 범행 동기도 충분했다는 판단 하에 검찰은 이씨에게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한녀는 인터넷 사용자의 입장에서 20대나 30대 여성을 지칭하기 때문에 당일 신림역에 오는 여성, 신림역 인근에 거주하는 20~30대 여성으로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어서 살인예비죄 성립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의 범행이 여성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심에서 기인한 '혐오 범죄'라고 분석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녀(한국여성)XX들 죄다 묶어놓고 죽이고싶다", "2분이면 한녀충 10마리 사냥 가능하다" 등 실제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는 글을 약 1700여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최근엔 커뮤니티의 다른 게시판에서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을 '멋지다'는 등 치켜세우자 이에 분노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씨가 성별간 혐오 표현에 관한 논문을 검색해 다운로드 한 정황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무직 상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게임과 인터넷에 빠져 지내던 중, 불행한 자신의 처지가 여성들 때문이라는 혐오심이 폭발해 범행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이씨는 높은 피해의식, 처지에 대한 비관적 사고, 억압된 적개심으로 인해 양분화된 행동의 특성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이 직접 공판을 전담할 것"이라며 "잠재적 고위험 범죄자가 범행을 실행하도록 만들 수 있는 살인예고 행위에 지속적으로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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