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톤' 고대 고래 발견…'가장 무거운 동물' 왕좌 바뀔까[사이언스 PICK]

기사등록 2023/08/05 14:30:00 최종수정 2023/08/05 15:06:05

獨 연구진, 3800만년 전 살았던 '페루세투스 콜로서스' 화석 분석

'대왕고래'보다 2배 이상 무겁다?…고대 고래 뼈 밀도 굉장히 높아

3800만년 전 살았던 고대 고래인 '페루세투스 콜로서스' 상상도 (사진=Alberto Gennari)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역사상 가장 무거운 동물로 알려졌던 '대왕고래(흰수염고래)'가 왕좌에서 내려올까. 페루에서 최대 34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고래 화석이 발견됐다.

5일 학계에 따르면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자연사박물관 엘리 암슨 박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논문 게재를 통해 약 3800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페루세투스 콜로서스(Perucetus colossus)'라는 고래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페루에서 발견된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척추뼈 13개, 갈비뼈 4개, 골반뼈 일부를 분석해 해당 고래의 무게가 약 18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발견된 화석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연구진은 뼈의 모양을 3D 스캔한 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몸체 전부를 재현해냈다. 스캔 결과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는 대왕고래보다 길이는 짧지만 더 무거운 것으로 추정됐다.

의외로 지구 역사상 가장 크고 무거운 동물은 현재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대왕고래다. 대왕고래의 몸무게는 약 100~150톤, 특별히 거대한 개체는 200톤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왕고래는 흔히 더 무거울 것으로 생각되는 용각류 공룡들보다도 무겁다.

이번에 발견된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무게는 대왕고래를 뛰어넘는 약 85~34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 또한 무게를 고려하면 다 자라지 않은 '아성체' 고래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페루에서 발견된 페루세투스 콜로서스 화석. (사진=네이쳐) *재판매 및 DB 금지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이렇게 무거운 이유로는 '뼈'가 꼽힌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뼈는 밀도가 매우 높아 고래가 잠수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뼈의 무게만 최소 6~8톤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대왕고래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고래목과 같은 해양 포유류는 과거 육상동물들이 바다로 돌아갔을 때 진화 과정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기존의 학설은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들이 중력의 부담이 적은 물속에 긴 시간에 걸쳐 적응하면서 체중과 크기가 커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발견된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는 고래와 같은 포유류들의 수중 적응이 기존에 예상했던 시기보다 약 3000만년 더 빠르게 이뤄졌고, 최고 체중에도 더 빠르게 도달했음을 암시한다.

다만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역사상 가장 무거운 동물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손에 꼽힐 만한 거대한 동물임은 맞지만, 대왕고래와 비교해보면 아직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 고생물학자인 니콜라스 파이엔슨은 "멸종된 종의 몸무게를 알아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우리는 아직 뼈와 살을 정확하게 붙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며 "아직 역사상 가장 무거운 동물이라는 왕관은 대왕고래가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속한 바실로사우루스류 고래종의 두개골의 바탕으로 고래의 전체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 바실로사우루스류를 토대로 전체 모습을 구현해보면 길고 날씬한 형태가 나올 수 있는데, 그 경우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대왕고래보다 무겁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연구진 또한 "아직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역사상 가장 무거운 동물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화석의 무게로 생물 전체의 무게를 추측하려면 많은 단계가 있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는 아직 두개골이 발견되지 않아 머리의 모양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꽤 많은 지방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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