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해찬·유시민·문재인 과거 발언 재조명
총선 8개월여앞 촉각…여, '청년 비하' 전선 확대
여 내부선 "민주 혁신위 위협적이지 않다" 평가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혁신위가 국민의힘에 효과적인 불쏘시개를 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총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여야 지지층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최근 김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혁신을 넘어 망신"으로 규정하며 과거 민주당계 인사들의 발언을 재조명한 '민주당의 노인 폄하 유전자'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소환된 이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정 상임고문은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2004년 3월 한 강연에서 "미래는 20대·30대들의 무대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비판받았다.
국민의힘은 정 상임고문 외에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계 거물급 인사들의 발언을 잇달아 소환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교육부 장관 재직 시 "늙은 교사 한 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3명이 새로 들어온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유 전 이사장은 2004년 한 특강에서 "60세가 넘으면 뇌세포가 죽어 과거의 능력 있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과거의 업적을 통해 올라간 자리에서 말을 하는데, 그것은 과거의 그 사람과 전혀 다른 인격체"라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른바 '60대가 넘으면 뇌가 썩는다', '뇌썩남'으로 굳혀졌다.
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박근혜 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콘서트'에서 "(어르신들은)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다. 그러니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지금 없다"고 말해 비판에 직면했다.
이밖에 김한규 당시 서울 강남병 국회의원 후보 캠프의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2번 후보에게 마음이 있다면 투표를 안 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 된다' 오픈카톡방 공지 논란, 윤호중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해 5월 "일흔 넘어 뭘 배우나" 발언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노인 비하' 논란이 나올 때마다 그간의 '흑역사'를 꺼내며 공세를 강화해 왔다. 불리했던 선거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정 상임고문의 2004년 발언이 있다. 논란 며칠 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200석 압승이 예상되던 열린우리당은 예상보다 적은 152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생존을 위협받던 한나라당은 영남권 등 지지층 결집 효과로 121석을 확보해 기사회생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 김 혁신위원장이 발언 논란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어 예민할 수밖에 없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들을 노인 투표 박탈권이나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며 "요즘 말로 꼰대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지도 않은 2050년 디스토피아를 윤석열 정부 탓으로 돌리기 전에 부동산, 노동, 연금, 교육, 국가부채 등 모든 분야에서 청년들에게 지옥을 만든 지난 정권 5년의 디스토피아부터 반성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주당 혁신위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혁신위 극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비명계의 마지막 반란"이라고 평가하며 경계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그러나 혁신위가 친명계 중심으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 혁신위의 1호 혁신안 '불체포특권 포기'가 좌절됐다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부로 수용되는 등 혁신 노력이 먹히지 않은 모습이 보이자 여당 내에서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또한 설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이럴 때일수록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에 기회일 수도 있지만 이번 논란 때문에 지지세가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혁신위와 상관없이 우리가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