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엮인 철근 감아주는 보강 철근 빠져
안전에 치명적…실제 검단 붕괴 사고로 이어져
정부,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수조사 방침
전문가 "공공 이 정도면 민간은 더 심하단 얘기"
국토교통부와 LH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을 공개했다. 정부가 이번에 조사한 91곳 중 16%에 해당하는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 특히 양주 회천(A15)의 경우 154개 기둥에 들어가야 할 보강 철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고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다. 기둥 여러 개와 벽체로 천장을 받치는 라멘 구조와 비교해 무량판 구조는 기둥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층고가 낮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으로만 슬래브를 지탱하는 만큼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보강 철근은 가로 세로로 엮여 있는 철근을 감아주는 역할을 한다.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 보강 철근이 곳곳 단지에서 사라진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 철근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구조 계산이 미흡했거나, 계산은 제대로 이뤄졌지만 도면에서 빠지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정부와 LH 설명이다. 또 현장에서 전문성 부족 때문에 철근 누락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LH 이한준 사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설계사가 무량판이라는 구조에 대해 완벽하게 설계했다고 볼 수 없고, 현장을 책임지는 시공사도 정규직 인력이 극소수이다 보니 애사심이나 전문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 전체 구조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293곳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민간 아파트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한 것이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 중인 105개 단지와 준공된 188개 단지가 조사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아파트의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현장 대다수가 이런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공공이 이 정도 상태면 민간은 더 심하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정부가 강력한 패널티를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정부가 강력하게 조치한다고 하면서 강력하게 조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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