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위기는 모두 기업 부채 위기
중소기업, 차입금 의존·부채 비율 높아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우리나라의 금융 위기가 정부나 가계 부채 위기였던 다른 나라와 달리 모두 기업 부채 위기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입의존도와 부채 비율을 보이는 만큼 재무 안전성에 유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최연교 통화신용연구팀 과장은 31일 '지난 60년 경제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재무지표 변화-BOK경제 연구'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1962년 첫 한은 기업경영분석 보고서 발간 이후 60여년간 우리나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재무제표 변화를 정부의 산업·금융정책, 금융부문의 성장과 구조변화,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비춰 시대별 및 주요 이슈별로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60년간 명목 GDP의 성장률보다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이 급성장한 것은 1960~1970년대였으며 추세는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1960년 12.3%에서 1988년 30.5%에 이르게 됐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가 수출과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 발판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1960년대 들어 소위 '관치금융'이라고 불리는 정부주도 금융자원 배분체제를 확립한 결과 기업들의 성장성은 높아졌으나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차입금의존도, 유동비율 등 안정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시기별로 1971~1972년과 1980~1981년, 1997~1998년 등 3차례 경제 위기를 거론하며 다른 나라들의 경우와 달리 가계부채, 정부부채 위기가 아니었고, 모두 기업부채 위기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65년 93.7%에서 1971년에는 394.2%로 급등했고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6.2%에서 55.9%로 크게 늘었다. 이자보상비율은 320.9%에서 90.8%로 크게 떨어졌다. 결국 정부가 1972년 '8·3 긴급조치'를 통해 기업들의 사금융시장 채무 상환유예와 금리를 대폭 인하시키면서 위기를 넘겼다.
두번째 위기는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도 487.9%(1980년), 451.5%(1982년)로 크게 치솟았다. 자기자본비율은 17.0%와 18.1%로 지난 60년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 역시 98.5%/94.6%로 떨어졌다. 정부는 우방국들의 차관공여와 IMF 차관지원을 통해 넘겼다. 조 위원은 자칫 남미국가들처럼 외채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은 외환 금융위기다. 1989년 254.3%까지 내려갔던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97년 396.3%까지 높아졌고, 자기자본 비율은 28.2%에서 20.2%로 떨어졌다. 1996~1997년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며 외화 유출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 절하를 방어하려다 외환보유고가 소진됐고 결국 외환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중소기업보다 높고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높은 모습을 보였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강화됐고 IMF외환위기 이후에는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확대됐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국내시장의 과밀한 경쟁과 신흥국 제조품과의 경쟁 압박, 대기업과의 원청관계에서 협상력 열위 등으로 매출액영업이익률에 있어서는 대기업과의 갭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과거 정부의 금융개입과 과도한 정책적 지원이 대기업들의 안정성을 저하시키고 외부 충격이나 경기 변동에 취약하게 해 결국 부채위기를 맞게 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차입금 의존도, 부채 비율, 낮은 이자보상배율이 지속되는데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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