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충돌사고…치상·음주운전 혐의로 기소
혈중알콜 처벌 기준 살짝 웃돌았지만 1심 무죄
음주 1시간반 후 측정…法 "운전 당시 알수없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음주 후 충돌사고로 음주 측정을 받게 된 A씨. 술자리를 파한 후 1시간 반 뒤 측정된 그의 혈중 알콜 농도는 처벌 기준치를 살짝 웃도는 것으로 측정됐다.
명백한 기준치 초과에도 법원은 그에게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는데 왜일까.
지난해 8월24일 새벽 1시15분경 A씨는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하던 도중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충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사고 차량에 탑승했던 피해자는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됐다.
당시 A씨는 4시간에 걸친 회식 후 집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그의 혈중 알콜농도는 처벌 기준치(0.03%)를 초과한 0.037%로 측정됐다.
결국 검찰은 그에게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상 혐의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 위반이 분명한 상황이었지만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정우철 부장판사는 A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보고, 치상에 대해서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음주 측정이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점으로부터 일정 시간이 경과한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A씨는 새벽 12시40분께 술자리를 마쳤고 같은 날 새벽 1시15분께 충돌 사고로 운전대를 놨다. 문제는 A씨에 대한 음주 측정은 같은 날 새벽 2시10분에 이뤄졌는데, 이는 음주가 끝난 뒤로부터 1시간30분 뒤, 운전을 마친 후 55분 뒤에 해당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음주 후에는 30분에서 1시간30분 사이에 혈중 알콜 농도는 최고치에 이르게 되고, 이후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음주 측정이 1시간 반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사이 알콜 농도가 상승세였는지, 하강세였는지 확정할 수 없다면 운전 당시 음주 측정치가 처벌 기준에 해당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정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만약 측정 전 A씨의 상태가 상승기였다면 측정 당시보다 운전 당시 알콜 농도는 더 낮은 수치를 보였을 것이고, 측정 시점에 달해서는 비로서 최고치인 0.037%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음주 측정치가 혈중 알콜 농도 최고치보다 낮다고 보더라도, 그 측정치보다 운전종료 시점의 혈중 알콜 농도 수치가 한층 낮을 여지가 충분하며 측정치와 처벌 기준치의 격차도 0.007%로 근소하다"며 "결국 피고인이 운전할 당시의 혈중 알콜 농도 수치가 음주 측정치는 물론이고 처벌 기준마저 밑돌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하다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사고 발생 후 피고인은 경찰관 앞에서 비틀거리며 눈이 충혈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4시간 이상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을 것"이라며 "언행 만큼은 양호했던 점 등을 보면 외관상으로도 피고인의 주취 상태가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A씨가 술을 마신 점은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해서는 질타했다.
정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술자리를 마치고 곧바로 운전을 개시한 경위부터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불법 유턴을 감행하고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점 등에 비춰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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