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장관 "'서울국제도서전' 재정적 탈선…출협, 감사 방해"(종합)

기사등록 2023/07/24 13:57:13 최종수정 2023/07/24 14:28:05

출협, 2018년부터 수익금 상세내역 제출 안해

"수익금 내역 일부 지우고 제출…담합 확인중"

[서울=뉴시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K-북 비전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7.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신재우 기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주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내역 보고가 6년여간 누락됐다며 담합 여부 등을 감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24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문체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문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실태 점검을 위한 감사 결과 (수익금 보고 등 회계 처리 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고 한심한 탈선과 도덕적 타락의 행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출협은 국고보조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수익금의 상세내역을 단 한 차례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약 10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며, 이와 별도로 출협은 도서전 기간에 입장료와 출판사 등 참가 기관들의 부스 사용료 등을 받아 수억원대의 수익금을 얻는다. 출판진흥원은 보조금 집행을 포함해 수익금 사용 등 출협의 사업 운영을 집행·감독해야 한다.

특히 문체부가 정밀 감사에 나서자 출협이 이를 방해하는 행위도 보였다고 밝혔다. 출협이 통장에 흰색으로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등 수익금 입출금 내역 일부를 지우고 제출하며 감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수익금을 지우고 제출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해외 참가 기관으로부터 받은 참가비로 밝혀졌고, 출협은 감사 전까지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장관은 "이러한 치명적인 도덕적·재정적 탈선이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출협은 지금까지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도서전 수익금의 초과 이익 국고 반납 의무 등 기본적인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허술함과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2023.06.18 kmn@newsis.com
그러면서 "문체부는 출협과 출판진흥원의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는지, 이권 카르텔적인 요인이 작동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 보조금법 등 실정법 위반 혐의가 밝혀지면 출협 책임자에 대해 관계 당국에 수사 의뢰할 것이며 출판진흥원에 대해서도 정산 업무의 소홀함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현재 감사가 막바지 단계이며, 최종 결과가 나오면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체부 발표와 관련해 출협은 뉴시스에 "사실과 다르며, 문체부의 주장을 파악해서 입장을 내겠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달 14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3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36개국 530개사가 참여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5월 출판진흥원의 '세종도서 지원사업'이 방만·부실 운영되고 있다며 구조적인 개편을 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매년 900여종의 우수도서를 선정하는 사업으로 연간 84억여원의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도서 심사·평가·선정 및 심사위원 구성·관리 등 사업 전반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K-북 비전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7.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16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도 부실 운영이 포착됐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심사위원 구성 및 심사 과정의 공정성 부족, 예산 관리의 비효율성, 사업관리 부실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박 장관은 "출판 분야를 들여다본 결과 여러 문제와 기득권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에는 국민의 혈세가 지원된다. 하지만 허술하고 방만한 운영행태가 관습처럼 퍼져있고,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업무처리가 이권 카르텔로 작동하고 있었다. 반면 신예 창작 등 출판 약자에게는 거칠고 높은 진입장벽이 처져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K-북 비전 선포식'에서 밝혔던 1인·중소 출판사와 신진·청년 작가들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재차 밝혔다. 박 장관은 "MZ세대와 신진 작가들, 중소출판사 등 출판 약자들의 출판에 대한 열망과 꿈이 성취될 수 있도록 낡은 진입장벽을 깨고 개방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최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도서정가제 관련 "계속 소통하면서 불만이 있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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