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깨기 전 몸만 추스러 가까스로 대피...물 빠지기만 기다려
[논산=뉴시스]곽상훈 기자 = “성동면 원봉 배수장과 불과 60-70m 떨어진 곳의 제방이 허물어져 마을이 침수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16일 오전 논산시 성동면 논산천 성동면 제방 일부가 붕괴(10m)된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은 할 말을 잃은 채 애꿋은 강물만 물끄러미 쳐다봤다.
논산천 성동면 원봉리 인근 논산천 제방이 붕괴된 시간은 이날 새벽 5시 40분으로 마을 이장이 논산시 당직실로 신고하면서 처음 인지했다.
이후 시는 6시쯤 마을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긴급대피할 것을 요구한 뒤 논산지역에 재난문자를 뿌렸다.
새벽 시간에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마을 주민들은 가까스로 몸만 피해 인근 원봉.성동초등학교 강당으로 긴급하게 대피했다.
성동면 주민 200여 명은 오전 7시 30분쯤 대피소가 마련된 이곳 학교에 모여 자원봉사팀이 제공한 음식으로 몸을 녹인 후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7시 30분께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됐으나 유속이 심한 물길을 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앵카 구조물을 비롯해 모래를 담은 마대 수십 개를 투입해 물길을 잡으려 애를 써보지만 구조물이 급물살에 떠내려가는 일이 반복돼 진행됐다.
현장의 복구인력들은 이런 현상이 반복돼 일어나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정주영 고 현대그룹 회장이 새만금 물막이 공사할 때 폐선을 배치해 놓고 막바지 물막이 공사를 했던 사례가 생각난다며 임시 물막이 공사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곳 주민들은 36년 전 악몽을 떠올렸다. 1987년 논산과 강경 일대 집중호우로 지금과 상황이 비슷한 물바다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논산천 제방을 높이는 등 인근에 배수장을 곳곳에 설치해 침수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정 모씨는 “원봉 배수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제방이 무너진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제방이 굴곡진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원봉리 인근 논산천 제방뿐 아니라 하류 쪽 제방 두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방이 유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논산천 제방 곳곳이 유실된 데에는 대청댐에서 많은 물을 방류하자 논산천과 강경천 물이 금강 본류로 합류하지 못하고 역류했기 때문이다.
논산천 제방이 붕괴된 곳에서 금강 본류까지는 2~3km 정도로 평상시 같으면 논산천과 강경천 물이 금강 본류로 합류하는 덴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10시까지만 해도 논산천이 금강으로 흐르지 않고 호수의 고여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정 씨는 “대청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강경까지 7시간 정도 걸린다”면서 “금강하구둑 수문 20개 모두를 열었는데도 물이 빠지지 않은 것은 금강 본류에 수량이 급증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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