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재도전 나선 韓게임…깐깐한 현지 입맛 맞출까[사이다IT]

기사등록 2023/07/16 10:15:20 최종수정 2023/07/16 10:20:05

로스트아크·신석기시대 중국서 선전…블루아카이브 8월 출격

중국 개발력 성장·검열 등 현지화 까다로워…흥행 여부 주목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중국 서비스 이미지(사진=중국 웨이보 로스트아크 계정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게임사들이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한령(한국 제한령)으로 중국 진출이 오랜시간 막혔다가 지난해 말 다수 게임사가 판호를 발급 받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인데요. 출시 초반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진출한 시장인 만큼 까다로운 현지 입맛을 맞추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어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의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로스트아크는 지난 13일 중국에서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전면 서비스는 오는 20일부터 진행됩니다.

사전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로스트아크는 5개의 서버군에 현지 이용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서버 지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텐센트는 출시 직후 1개 서버군 4개의 서버를 증설하고, 서버 최적화를 실시하는 등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RPG가 개발한 PC MMORPG로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1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2월 북미, 유럽 등 글로벌에 출시된 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한때 동시 접속자 수 132만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PC MMORPG 인기작은  ‘몽환서유’, ‘신천룡팔부’, ‘길드 워2’ 등이 꼽힙니다. 인기 MMORPG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서비스가 올해 중국에서 종료됨에 따라 PC MMORPG 신작에 대한 중국 이용자들의 갈증은 커진 상황입니다.

이 틈을 노려 로스트아크가 중국 이용자 유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로스트아크 국내 출시 당시 VPN을 사용해 접속하는 중국 유저들이 상당수라고 알려진 바 있고, 퍼블리셔가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게임즈라는 점에서 흥행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 흥행에 성공할 시 제2의 크로스파이어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으며 ‘잭팟’을 터트렸고 실적이 퀀텀점프를 이룬 바 있습니다. 또 이 회사는 앞서 서브컬처 게임 ‘에픽세븐’을 지난달 중국에 출시해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9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진출이 가장 활발한 게임사는 넷마블입니다. 자사 IP(지식재산권) '스톤에이지'를 활용해 중국에서 개발된 신작 ‘신석기시대’가 현지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 보름 만에 매출 순위 7위에 오르는 등 흥행 중입니다.

넷마블 '신석기시대'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사진=넷마블) *재판매 및 DB 금지
신석기시대의 흥행에는 IP 인지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스톤에이지 IP는 2000년대 초반 한국과 중화권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2003년 넷마블을 통해 12년간 PC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 됐고, 넷마블이 일본 ‘디지파크’로부터 스톤에이지 IP를 사들였죠.

넷마블은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또 다른 게임 ‘석기시대: 각성’을 내년 중국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목표입니다. 텐센트가 현지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넷마블은 현재 서비스 중인 ‘샵타이탄’과 ‘신석기시대’를 비롯해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와 ‘일곱 개의 대죄’, ‘A3: 스틸얼라이브’ 등 연내 중국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중국에서 개발하고 현지화를 진행한 프로젝트라서 기대가 크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디테일과 감성적인 부분까지 견고하게 준비해 올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현지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죠.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은 오는 8월3일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서브컬처 게임 명가 ‘요스타’의 자회사인 ‘상하이 로밍스타’가 퍼블리싱을 맡았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중국 사전 예약자 수는 340만명에 육박하며, PV(프로모션 비디오) 누적 조회수는 460만건을 넘어섰습니다. 현지 앱마켓 탭탭에서는 예약 순위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앞서 진행된 CBT(비공개테스트)만으로 ‘빌리빌리 인기순위에서 톱10에 등극하는 인기를 보여주기도 했죠.

특히 이 게임은 서브컬처 본고장인 일본에서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한 흥행작입니다. 이에 일본 애니메이션과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중국 시장 성과도 기대가 높습니다. 중국 진출 기대감에 주가도 연일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또 넥슨이 자사 간판 IP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해 중국 세기천성과 텐센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 ‘메이플스토리M’이 내달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19일부터 현지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넥슨이 과거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중국에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던 만큼 모바일 게임에 대한 현지 기대감이 높습니다.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중국 출시 이미지(사진=넥슨 게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게 다수의 게임사들이 줄줄이 중국 진출에 나서는 배경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외자 판호(서비스허가권)를 깜짝 발급하면서 국내 게임 7종에 빗장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이어 지난 3월에도 블루 아카이브,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등에 외자 판호를 내줬죠. 이는 업계를 뒤흔들 호재였습니다. 그동안 중국 빗장이 꽁꽁 잠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우리나라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그러다가 돌연 지난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2021년 6월 ‘검은사막 모바일’에 외자 판호를 발급했지만, 이는 소수에 그쳤죠.

중국이 빗장을 열면서 세계 최대 게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지만 예전처럼 판호 발급이 곧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할 전망입니다. 최근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크게 발전하며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중국이 우리나라 게임에 판호를 열어준 것도 "이제는 열어줘도 된다"는 자국 게임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죠. 대표적으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원신’은 전세계 흥행에 성공하며 글로벌 게임사도 도약했고 퀄리티 높은 중국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화된 중국 게임 규제도 걸림돌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8월부터 미성년자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게임사들은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공지를 발표했는데 여름방학(7~8월) 동안 미성년자의 게임 플레이를 매주 금, 토, 일요일 20시에서 21시까지 1시간으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이런 강도 높은 규제로 현지화도 매우 까다롭죠. 중국 출시를 위해서는 게임을 다시 손 봐야할 정도로 신경쓸 것이 태산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콘텐츠 검열 기관 국가신문출판서는 게임 속의 선혈·시체 표현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등 강도높은 규제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 선정성이 높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깐깐한 심사를 거칩니다.

일례로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 중국 서버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몬스터의 외형 변경 사항을 한국 서버에도 적용하는 패치 작업 실수를 일으키면서 중국의 검열 사항이 주목을 받기도 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게임사들도 중국 출시 때는 퍼블리싱은 현지 게임사에 아예 맡기고 있습니다. 퍼블리셔도 텐센트처럼 유력 게임사인지 여부에 따라 흥행 성과가 갈릴 수 있어 퍼블리셔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한령 이전에만 해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서비스로만 연 수익 1조원을 벌어다주며 국내 게임업계에 중국 진출 붐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과연 올해에도 제2의 크로스파이어, 제2의 던전앤파이터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이제 뚜껑은 열렸으니 국내 게임사들이 공을 들인 중국 진출이 결실을 맺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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