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강우 인턴 기자 = 이탈리아에서 10대 여학생을 더듬은 학교 남성 관리인이 성추행 무죄 판결을 받았다. 더듬은 시간이 10초 미만이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가 학교에 재학 중인 한 17세 여학생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은 신체에 접촉한 시간이 ‘10초 미만’인 점을 들어 무죄판결을 내렸다.

아볼라는 2022년 4월 학교 건물 계단에서 친구와 함께 올라가던 피해자의 바지를 내려 둔부를 만지고 속옷을 움켜쥔 혐의로 기소됐다. 로마 검찰은 그에게 3년 6개월 형을 구형했다.

아볼라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몸을 더듬은 것은 사실이나 그저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이탈리아 법원은 “행위는 10초 미만으로 지속돼 짧은 시간이었기에 범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판결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의 젊은 층은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용히 카메라를 바라보며 10초 동안 자신의 몸을 더듬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배우 파울로 카밀 리가 영상을 게시하고 나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를 따라했다.

이탈리아의 인플루언서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는 틱톡에 “10초가 길지 않다고 누가 결정할 수 있나?”라며 “당신이 성추행을 당하는 동안 시간을 잴 수 있을 거 같은가”라고 남겼다.

이어 치코네티는 “판사가 관리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탈리아 사회에서 성희롱이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은 “판결을 믿을 수 없다”며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다가와 바지와 속옷에 손을 집어넣고 더듬은 것은 절대 장난일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학교와 국가 사법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으나 “(성추행을 당하고도) 침묵하는 것은 가해자를 보호하는 행위이기에 신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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