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물절약 기기 보급사업 '입찰 잡음'

기사등록 2023/07/12 14:16:44

제조업체 "선계약 후검증 문제…이전 제품 절수성능↓"

광주시 "강화 이전 제품, 인증 기간 유효…문제 없다"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주시가 역대급 가뭄 위기를 겪은 뒤 물절약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절수기기 지원 사업과 관련해 입찰 잡음이 일고 있다.

입찰 단가와 선정된 제품의 적정성 등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제조업체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뒤늦게 성능 검증과 함께 사실 확인 작업이 진행중이다.

1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A 절수기기 제조업체는 최근 '광주시가 교부금을 받은 지자체의 부적절한 절수기기 계약을 묵인하고 계약을 종용했다'며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가뭄 위기를 겪은 광주시는 물절약 사업을 추진, 5개 구청을 대상으로 사업비 7억원을 나눠 배부하고 절수 기능을 갖춘 샤워기기 헤드를 구매해 취약계층에 지원하도록 했다.

사업비를 받은 한 지자체가 절수 성능 검증이 강화되기 이전 제품과 계약한 것을 두고, '선계약 후검증'으로 절차가 잘못됐다는 주장과 인증서 기간이 유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지난 5월 2일 샤워헤드 절수 기능 강화 인증서를 받은 제조업체를 모집한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강화된 환경표지 대상제품·인증기준은 기존 수압(98㎪·약 1기압)보다 높은 수압(0.3㎫·3기압)에서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 조건으로, 지난 2021년 8월 24일부터 시행됐다.

강화된 인증을 받고 입찰에 참여하려던 A업체는 단가가 맞지 않자, 서구의 입찰 참여 요청에도 이를 거절했다. 서구가 제시한 단가는 1만5000원 선인데, A업체는 개당 2만원 선이었기 때문이다.

유찰을 거듭하던 서구는 기준 강화 이전에 인증을 받은 B제조업체와 1억 2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맺었다.

서구는 A업체로부터 '부당계약'이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계약 2주가 지나 B업체 제품의 고성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인기관에 성능 시험을 의뢰했다. 성능은 다행히 기준치를 통과했다.

서구는 B업체의 인증서 기간이 오는 2024년까지 유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민원이 제기돼 강화된 성능을 충족하는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고성능 기준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가 무자격 업체와 계약을 맺고나서 부칙 조항을 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절차에 맞지 않는 행정"이라고 맞서고 있다.

북구도 지난달 28일 서구와 같은 강화된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해 한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제품의 '단가'와 '성능'을 두고도 시와 A업체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동·남·광산구의 경우 시에서 요구한 단가를 고려, 성능 강화 이전 기준을 토대로 계약을 맺거나 입찰 중이다.

A업체는 강화 이전의 제품은 현 건축물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조건에서 검증을 받아 절수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A업체는 "현재 건축물의 수압은 보통 2~3기압인데, 강화되기 전 인증 기준 수압은 98㎪(약 1기압)에서 시험을 측정한 것으로 수압 실정을 반영하지 못해 절수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상당한 혈세를 들이는 만큼 제품이 실제 성능을 갖췄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강화 전이라도 법적인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절수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강화 전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해도 절수 효과가 법적으로 입증된 것"이라며 "많은 가구에 절수 기기를 보급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격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민원을 접수 받은 광주시는 서구와 시 사업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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