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3차 공판
檢 "'깔렸다', '압사' 등 무전으로 들어"
前서장 측 "무전으로 사고 알 수 없어"
"실제 현장에선 무전 잘 들리지 않아"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해 당시 무전 내용으로 참사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웠고,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지 못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참사 전부터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는 위험 상황을 회의 등을 통해 예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참사가 발생한 시점에 관용차 안에서 '깔렸다', '압사' 등의 내용을 무전으로 들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10일 오후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과 이 전 서장 측은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자서망, 용산경찰서 행사망, 용산경찰서 자서망 무전을 순서대로 재생하며 이 전 서장의 상황 인식 가능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오후 9시19분부터 '깔렸다', '압사', '안전사고'와 같은 용어들이 11시까지 반복적으로 무전에 나온다"며 "오후 10시20분부터는 기존 무전과 다소 다른 비명이 계속 나오고, 현장 경찰관의 목소리 톤이나 발언 내용이 굉장히 다급한 상황임을 짐작게 해 이 전 서장이 급한 상황을 인식 가능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35분께 무전으로 참사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이 전 서장 변호인은 "큰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전 내용으로 알 수 없는 상태"라며 "현장에선 무전 내용이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장엔 음악 등 여러 소음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검찰은 상황을 보고받고도 제대로 조치 안 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후 10시40분께도 부하직원을 통해 특이사항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1년 365일 여러 사건사고가 혼재될 수밖에 없는 게 (경찰) 무전인데 이태원 (참사와) 관련 없는 무전이 섞여 있다고 못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청취 가능한 무전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전의 음질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관용차 내부의 무전기를 통해 듣는 음질과 법정에서 재생되는 음질이 같은 수준인지 물었다.
검찰은 "과학적으로 음질을 확인할 순 없지만 무전에 이상이나 장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 변호인은 "실제로 무전을 듣는 입장에선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을 받는다.
또 참사 당일 오후 11시5분께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 도착했다는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것에 관여했다는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받고 있다.
송 전 실장은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로서 지휘 및 보고를 소홀히 하고, 112 신고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을 받는다.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 역시 사상의 위험 발생이 명백함에도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으로 구속 기소됐던 두 사람은 지난 6일 보석이 인용되며 석방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강단 있는 판단으로 159명의 영혼이 더 이상 슬픔과 억울함에 괴로워하지 않도록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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