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수능 '킬러문항' 두고 "범죄 다루듯 해선 안 돼"(종합)

기사등록 2023/07/06 14:31:56 최종수정 2023/07/06 14:34:17

오늘 서울교육청서 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사교육 대응…초등 원어민 영어교사 추가 배치

교육부 기초학력 전수평가 권고에도 호응 기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국가적 저출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응전하는 '3단계 교육혁명'을 통해 '더 질 높은 공교육'과 '공존의 교육'을 핵심가치로 하는 '혁신미래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2023.07.06. bluesoda@newsis.com
[서울·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배제 조치에 "협치로 풀어야 할 일"이라 우려했다.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은 자신도 비판해 왔지만 최근 정부의 대응 수위는 너무 강경하다는 취지다.

영·유아 사교육비 경감 기조에는 서울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교사를 추가 배치하겠다며 호응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고액 영어유치원 등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영어 광풍처럼 새로운 형태의 광풍 같다"며 "감독 강화뿐만 아니라 공교육에서 사교육 수요를 최대한 흡수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교육부의 영·유아 사교육비 경감 정책 기조에 적극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최근 유아 대상 영어학원들이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표현은 불법임을 재확인하고 일제 단속을 벌인 바 있다.

교육청은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TF)에서 AI 기반 영어학습시스템 개발을 논의 중이다. 아직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가 없는 초등학교 169곳에도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와 학생이 영어 교육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현실을 감안해 영어 공교육의 강화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전교생) 1000명 이상 과대 학교는 원한다면 원어민 보조교사를 2명까지 배치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가평군 소재 글로벌 언어문화교육원을 시내로 이전, 원어민 교사 채용 등 관련된 행정 업무를 전담토록 해 학교 현장의 관리 부담도 줄일 계획이다.

조 교육감이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 교사 배치를 공약한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정부가 영어 방과 후 학교를 금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 전체 공립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국가적 저출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응전하는 '3단계 교육혁명'을 통해 '더 질 높은 공교육'과 '공존의 교육'을 핵심가치로 하는 '혁신미래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2023.07.06. bluesoda@newsis.com
교육부와 합동 진행한 대형 입시학원 '사교육 카르텔' 합동 점검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자료를 이관하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수능에서 교과과정 밖 '킬러문항'을 출제에서 배제하겠다며 이를 당국과 사교육 업계의 '카르텔'로 규정한 점은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조 교육감은 "(킬러문항이) 정치적 쟁점으로 되면 킬러문항을 수사하듯, 범죄단체 다루듯 하냐, 이게 말이 되느냐 하면서 쟁점화가 된다"며 "정치적 입장을 넘어 협치, 숙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 (킬러문항을) 수사하듯 다루면 3~4개월 후 두더지 찾기 게임처럼 다른 부작용이 나오고 책임져야 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교육과 유착이 발견된다면 그 때 가서 범죄로 다루면 될 일이지, 수능 킬러문항 자체를 악마화 하는 정책 기조는 정부의 '제 발 찍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교육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 담긴 기초학력 전수평가 적극 권고 방침에 대해서도 호응한다. 조 교육감은 "맞춤형 자율평가 강제가 아닌 범위 내 최대치까지는 (실시를)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 결정에 따른 재지정(운영성과) 평가 실시, 지정 취소 여부에 대해서는 "교육부 지침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답을 미뤘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문제로 교육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 교육감은 "학교급식 방사능 관련 사전점검은 지금도 기준에 맞춰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국가적 저출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응전하는 '3단계 교육혁명'을 통해 '더 질 높은 공교육'과 '공존의 교육'을 핵심가치로 하는 '혁신미래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2023.07.06. bluesoda@newsis.com
◆3단계 교육혁명…IB 탐색학교, 도시형 분교 도입

조 교육감은 이날 취임 1주년 정책 기조로 '3단계 교육혁명'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학생 수 감소,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산업화 시대 1단계 교육혁명, 민주화 시대 2단계 교육혁명을 지나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국제 바칼로레아'(IB) 탐색학교 31개교를 운영, 미래형 학교 교육체제와 수업·평가시스템인 한국형 바칼로레아(KB) 마련에 착수한다.

IB는 스위스에 있는 국제 교육재단 'IBO'에서 인증하는 교육과정이다. 토의·토론, 체험 중심의 수업을 지향하며 논·서술형으로 학생의 성취도를 확인한다. 대구·제주를 시작으로 최근 IB 운영 지역이 늘고 있다.

다만, 조 교육감은 "IB 전형을 대학에서 지금 도입하면 (수험생) 변별의 도구로 왜소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새 대입제도 반영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생 수 감소 위기에 대응해서 '도시형 분교'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무실, 주거용 건물 등을 활용한 미니학교, 캠퍼스 공유형 통합학교 등 새로운 초등학교 모델을 통해 과대·과밀학교를 해소할 방침이다.

아울러 학생 상담, 특수교육 지원, 진로직업 등을 한 데 모은 '서울형 통합교육복지시스템' 체계를 구축해 수요자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교육비 경감의 일환으로 오는 8월 진로·진학 상담 모바일 앱을 개발해 보급한다. 지원 가능 대학을 조회하고, 1대 1 상담을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국가적 저출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응전하는 '3단계 교육혁명'을 통해 '더 질 높은 공교육'과 '공존의 교육'을 핵심가치로 하는 '혁신미래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2023.07.06. bluesoda@newsis.com
교권보호 강화 정책도 지속 추진, 확대한다. 혁신학교, 학생인권 등을 강조한 진보교육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보완적 혁신' 기조의 일환이다.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시의회에 계류된 '교육활동 보호 조례'의 제정도 지속 촉구한다.

최근 교사들이 부장, 담임 등을 기피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수당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초학력 문제에 대해서는 문해력·수리력 진단 도구를 자체 개발해 학년 대비 수준을 진단,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다원화된 사회에 맞게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천하는 세계시민형 인성교육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문제에 대한 토론 및 세계 시민성을 체화하는 프로젝트 수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 교육감은 오는 7일과 12일 'AI와 생태전환, 수업혁신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회를 각각 연다. 오는 18일에는 학생들과도 간담회를 갖는다.

그는 "3단계 교육혁명을 위해 서울시민과 교육공동체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보완적 혁신을 통해 혁신교육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혁신미래교육으로의 전환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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