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은 뮤지컬 '그날들'의 10년 역사를 함께 써 내려 온 주역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당시 기억도 생생하다. 대본을 두 시간 만에 읽어 내려간 그는 이를 쓴 장유정 연출에게 곧바로 하겠다고 응답했다. 2013년 초연부터 출연한 그는 7월 여섯 번째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한 시즌도 쉬지 않은 작품인 만큼 10주년을 맞아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26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연습할 때마다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공연할 때마다 노래 하나하나 느낌이 다르다. 며칠 전에도 연습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 제게도 위안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본 연습을 하면서 이전과는 또다른 느낌이에요. 지나온 시간만큼 연기와 깊이도 달라지죠. 세월이 빠르게 흐르면서 작품이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해요. 하지만 세대별로 달라지지 않는 정서가 있죠.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야기에요. 여기에 얼마만큼 진심을 담아서 하느냐가 늘 저의 과제죠."
유준상은 냉철한 원칙주의자 '정학' 역을 연기해왔다. 경호부장이 된 정학에게 대통령의 딸과 수행 경호원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는 그들을 쫓는 과정에서 20년 전 사라진 친구 무영과 의문의 여인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극에서 정학은 20대와 40대의 모습을 넘나든다.
그는 "유준상의 20대를 다시 볼 수 있는 순간"이라며 "무대에서만큼은 20대처럼 뛰어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에 함성이 사라졌던 2020년 이후 만나는 무대에 기대감도 높다. 다시 원 없이 소리 지르며 만나자고 기약하며 죽을힘을 다해 앙코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단다. 2년여 만에 서는 무대엔 몸놀림이 빨라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제가 좀 더 젊어졌습니다. 하하하. 무술이나 안무할 때 예전보다 더 몸이 가벼워요."
지창욱과 오종혁, 김건우, '갓세븐' 영재 등 젊은 후배들이 맡은 무영과도 친구 역할이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를 촬영하며 69~70㎏으로 만든 몸을 유지하며 테니스 등 운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나이 차이를 크게 못 느끼고 있어요. 창욱이와 종혁이는 같이 해온 시간이 있어서 관객들이 (친구라고) 믿어요. 건우도 가능한데, 영재가 약간 문제죠.(웃음) 허물없이 편하게 대하라고 하고, 저도 우리는 친구라고 주문을 외워요."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계속 훈련하고 있어요. 항상 관객들과 만날 때가 위기의 순간이죠. 아닌 척 하지만 그걸 이겨내려고 연습하는 거예요.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더 연습하고 싶어요. 오랜만에 무대에 서면 떨리고 설레는 마음은 똑같은데, 그동안 많은 연습량이 있었기 때문에 믿음이 있죠."
무대와 방송을 넘나드는 그는 배우 활동뿐만 아니라 음악 밴드에 영화감독까지 다방면에서 종횡무진하는 '팔방미인'이다. '경이로운 소문2'가 7월말 방송되며 현재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를 촬영 중이다. 몽골에서 촬영한 그의 단편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고, 추후 네 번째 장편영화 '그때 오늘' 촬영을 위해 남미로 떠날 예정이다.
"작품을 끝낸 후 평온을 찾으러 몽골로 떠났어요. 사막을 향해 10시간씩 차를 타고 가면서 어지럽고 힘든 시간이 있어야 평온을 맞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렇게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 영화가 나왔어요. 끊임없는 창작은 저를 꾸짖는 자극제에요. 스스로 나태해지는 부분을 되뇌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죠. 화두를 던지는 창작의 시간은 제게 영감을 주는 좋은 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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