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방향 발표
'판소리-21세기 소리 풍경화'로 펼쳐
내년 9월 개막…"세계 보편성 미학 전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판소리를 주제로 광주 전역을 예술가들의 협업 공간으로 발굴하고, 전시를 영화처럼 구성해 광주라는 도시 자체를 활성화하겠습니다."
프랑스 미술 비평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이 인류세(Anthropocene)를 탐구하며 집단 지성적인 화두를 던졌다. 부리오 감독은 지난 5월 선임됐다.
26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2024년 9월 개최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는 '판소리-21세기 소리의 풍경화(soundscape)'로 펼친다.
부리오 감독은 "공간 개념을 설명할 이미지를 찾던 중 판소리를 발견했다"며 "한국 전통 음악 형식인 판소리를 은유로, 지속가능한 21세기 공간들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지난 20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광주비엔날레의 구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사회적인 담론에만 목소리를 내온 것과 달리 '판소리'를 주제로 공간에 대해 탐구하는 전시는 이례적이다.
“창설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무엇보다 인류 문명사에 전위적인 담론을 발신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이러한 전시 방향성으로 부리오 감독을 선임했다"면서 이번 '판소리' 주제와 관련 "인류세라는 전환의 시대에 지구상 공간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 것이며, 인간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정착을 하고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비엔날레다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리오 감독은 “이 시대, 왜 공간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서 홍수, 사막화,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 변화는 인류와 공간의 관계를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변화시켰으며 공간에 대한 달라진 우리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심도 깊은 발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내년 비엔날레 전시는 17세기 등장한 한국의 음악 형식이자 ‘공공장소의 소리’ 또는 ‘서민의 목소리’를 뜻하는 ‘판소리’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면서 "예술이라는 공간은 정신적, 사회적, 상징적인 특정 공간이자 시대와 문명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판소리와 인류세, 공간 탐구까지 낯선 조합이다. 부리오 감독은 “기후 변화, 거주 위기 등 포화된 행성인 지구에서의 일련의 현안들은 결국 공간의 문제"라면서 "이러한 공간 개념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확장되고 페미니즘과 탈식민 등과 관련된 이슈로 연결되어 안전한 공간의 필요성부터 원주민에게 할당된 보호구역 등의 공간 배분 문제 등 사회 정치학적 담론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년째 지적되어온 광주비엔날레 정체성 혼란과 관련 그는 "모든 비엔날레는 새로운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며 우려를 차단했다.
"비엔날레 형식에 집중해서 차별화하겠습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국제적 협력으로 나아가야 하고, 광주정신의 반영도 중요한데 역사적 기억이나 흔적 기록을 담더라도 명백하거나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지양할 것입니다."
판소리를 주제로 공간을 탐구하는 2024년 광주비엔날레 전시는 광주 곳곳을 새로운 공간적 조건과 인류세 현상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한국적인 것에서 울려 퍼지는 세계 보편성의 미학을 전할 예정이다. 카페, 공공장소, 공원, 대안 예술 공간, 상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소리와 시각 요소를 혼합한 예술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예향의 도시 광주의 지역성과 함께 세계성을 아우르는 광주비엔날레가 다시 실험적인 무대에 섰다. 1995년 1회를 개최한 후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고 미술행사다. 2020년 열릴 예정이었던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코로나 여파로 연기되면서 지난 4월7일 개막해 현재 진행 중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등 5개 장소에서 7월9일까지 열린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니콜라 부리오는 현재 인류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를 깊고 원숙하게 풀어낼 수 있는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지녔다. 기획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적임자라는 평가다.
동시대 미술 영역에서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상호작용하며 전시와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관계의 미학’을 설파해왔다.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비평 담론을 이끌어온 세계적인 큐레이터이자 영향력 있는 비평가로 유명하다.
프랑스 현대미술 잡지 '예술비평'을 창간하고 디렉터(1992~2000)로 활동했고, 1999년 실험적 전시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 전시관 팔레 드 도쿄를 설립해 7년 간 공동 디렉터를 맡았다. 런던 테이트 브리튼의 현대미술 큐레이터(2007~2010), 몽펠리에 콩탕포헹(MoCo)관장을 역임했다. 베니스비엔날레(1990), 테이트트리엔날레(2009), 이스탄불비엔날레(2019) 등 다수의 국제전을 기획했다. 2022년 국제적인 큐레이터 조합인 래디컨츠(Radicants) 활동의 일환으로 베니스의 팔라초 볼라니(Palazzo Bollani)에서 ‘행성 B. 기후변화와 새로운 숭고함(Planet B. Climate change and the new sublime)’이라는 그룹전을 기획,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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