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내장산, 조선왕조실록 '수호신' 안의·손홍록 선생 조형물 설치

기사등록 2023/06/24 17:15:39
정읍시가 내장산에 설치한 조선왕조실록 이안행렬 재현 조형물.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읍=뉴시스] 김종효 기자 =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어진'을 전북 정읍 내장산으로 옮기는 이안행렬 재현 조형물이 내장산에 설치됐다.

시는 실록과 어진을 안전하게 지켜낸 정읍의 선비 안의·손홍록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내장산 내 조선왕조실록 보존터로 향하는 공원 탐방로에 이안행렬 재현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로 지난 19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춘추관과 성주사고, 충주사고에 보관됐던 실록이 모두 불에 타 사라졌고 마지막 전주사고의 실록과 어진만이 남았다.

전주사고마저 소실될 위기에 처해 조선왕조의 역사가 사라질 것이 염려됐던 정읍의 선비 안의·손홍록 선생은 같은 해 6월22일(음력) 가솔들을 이끌고 나가 마지막 남은 전주사고의 실록과 어진을 내장산으로 옮겨왔다.

이후 이들은 왜구를 피해 내장산 용굴암과 은적암, 비래암 등으로 옮겨가며 산속에서 370여일간 실록과 어진을 지켜냈다. 옮겨진 것만 64궤짝, '고려사'까지 포함된 당시 조선의 중요서적 1368권이었다.

이들은 또 실록과 어진이 최종 묘향산으로 향하기 전 익산, 아산, 인천, 강화까지 동행하며 지켜내는 데 앞장섰다.

안의·손홍록 선생이 임진왜란 당시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어진을 내장산으로 옮겨와 370여일간 지켜내며 기록했던 임계기사.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이 과정을 '임계기사(壬癸記事·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45호)'란 책으로 남겨 후세에 전했다.

임진왜란에 정유재란까지 끝난 후 이들이 지켜낸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은 모본이 돼 복본을 거쳐 춘추관,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등의 사고로 보내져 보관됐다.

정읍시가 설치한 조형물 속 안의·손홍록 선생 등이 없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물론 오늘날 K컬처의 국제적 번성 또한 힘들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역사학자는 "10만 대군을 물리친 업적과 같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기록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안의·손홍록 선생을 비롯한 선조들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형물을 설치했다"면서 "앞으로 정읍이 가진 소중한 역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에 위치한 '남천사'에서는 위패를 모셔 두고 안의·손홍록 선생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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