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영국 BBC, 프랑스 텔레비전, 독일 ZDF 등 세계 공영방송사가 22일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영방송의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바꾸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한국 공영방송사 재정·운영 가능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8대 공영방송사 사장 협의체인 GTF(Global Task Force for public media)는 성명을 통해 시행령 개정 시 "KBS는 재정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고,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한국인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며 "한국 공영방송의 근간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GTF는 2020년 결성했으며 KBS를 비롯해 영국 BBC, 프랑스 텔레비전, 독일 ZDF, 호주 ABC, 캐나다 CBC·Radio-Canada, 스웨덴 SVT, 뉴질랜드 RNZ가 참여하고 있다.

GTF 의장인 캐나다 CBC 캐서린 테이트 사장은 "공영방송 성공은 조직과 편집 독립성을 지원·존중하는 지속가능한 공적재원에 달렸다"며 "우리는 한국적 맥락에서 공적 책임이 지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KBS의 재정적 안정성·운영이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BBC 등 주요 공영방송 사장들은 "허위정보와 여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시기에 많은 공영방송사가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민주주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공영방송을 약화시킬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KBS 뉴스를 인용해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적절한 연구·협의없이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비판했다.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은 "일부 국내 정치인과 언론이 곧 수신료가 폐지될 것처럼 언급한 BBC나 프랑스 텔레비전 사장이 오히려 KBS 수신료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없이 정부가 이례적인 속전속결로 대통령령을 처리하게 되면 약 2000만명에 달하는 수신료 납부가구 등에 적잖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16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TV방송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 받은 자가 고유업무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하지 못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 이상 둬야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개정안을 긴급한 사안으로 보고 10일로 줄였다. KBS는 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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