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핑크솔트로 김장할 판"…유통가 '소금 대란' [현장]

기사등록 2023/06/19 17:38:03 최종수정 2023/06/19 17:54:46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점 소금·해조류 판매액 급등

홈플러스 등 1인 1개 소금 구매 수량 제한 조치 시행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소금 판매 진열대가 비어있다. 2023.06.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텅텅 비었네. 진짜 이러다가 히말라야 핑크솔트로 김장 담궈먹는거 아닌가 몰라~ 호호호."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을 찾은 주부 A씨는 텅 비어있는 소금 판매 진열대를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요즘 맘카페에 소금을 대량으로 사놨다는 얘기는 많이 봤는데 직접 와서 보니 놀랍다"며 "청 담글 설탕 사러왔다가 우선 소금도 하나 담았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내달로 다가오면서 불안함을 느낀 소비자들의 소금·해조류에 대한 사재기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지속되는 소금 품귀 현상에 가격도 치솟는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굵은 소금의 소매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5㎏에 1만2649원으로 전년 동기 1만1189원보다 13.0% 비싸졌다. 평년 7864원과 비교하면 60.8%나 높아진 셈이다.

이날 홈플러스 합정점 소금 판매 진열대에는 홈플러스 자사브랜드(PB) 굵은 소금 일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마저도 1인당 1개로 구입이 한정돼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제품들로 꽉꽉 채운 해조류 진열대 경우에도 일부 다시마와 미역 칸은 비어있었다.

실제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3일 홈플러스의 천일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90% 신장했다. 같은 기간 다시마의 매출도 21% 올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며칠 새 천일염 등 소금 수요가 상당수 증가함에 따라 일부 대량 구매 고객들로 인해 다수 고객들이 구매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1인 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일시적인 조치로 향후 소금 수급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상황에 따라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건해조류 판매 진열대 일부가 비어있다. 2023.06.19.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일부터 18일 기준 소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70%, 86% 늘었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2주(5~18일) 해조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신장했다.

현재 한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1kg 이상 대용량 소금에 한해 1인당 2개로 구매 제한을 두고 있다. 더 많은 고객에 구매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마트보다 접근성이 좋은 슈퍼마켓의 경우도 소금 및 해조류 수요가 폭증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8일 기준 소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6.3%, 전월 동기 대비 288.8% 확대됐다.

같은 기간 건미역 매출은 각각 32.5%·17.9%, 건다시마는 43.2%·21.5% 증가했다. 김과 염장미역·다시마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5%, 21.2% 올랐다.

비교적 몸집이 가벼운 편의점 업계는 제조사와의 직접 소싱을 통해 소금 판매에 나섰다.

CU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가 등장하자 소금 전문 제조사 '에코솔트'와 계약을 통해 '더맑은 소금' 4종을 자체 커머스앱 '포켓CU'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에코솔트는 올해 초 공식 연구기관으로부터 방사능 불검출 시험결과서를 받았다는 문구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19일 서울 강남구 한 편의점 소금 판매 진열대가 비어있다. (사진=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U 관계자는 "이달 들어 15일까지 소금의 매출신장률은 전월 동기 대비 20.9% 오르는 등 식재료의 주요 구매 채널이 아닌 편의점에서도 소금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며 "모바일로 소금을 판매해 구매 실패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고 말했다.

다만 편의점 업계도 급증하는 소금 수요에 대해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발주 한도에 제한을 두고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4개의 소금 상품에 대해 이날부터 발주 한도를 제한했다.

해당 제품은 ▲사조 해표꽃소금(500g) ▲CJ 명품구운소금(180g) ▲CJ 맛소금(250g) ▲대상 맛소금(95g) 등이다. 맛소금은 지점당 2개, 나머지 제품은 지점당 1개로 발주가 제한됐다.

현재 3가지 천일염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GS25의 경우, 센터별 재고 상황에 따라 발주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천일염보다는 맛소금·꽃소금이 주력 상품이다"면서도 "관련 상품재고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천일염 수요가 늘면서 일부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품절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상할 수 없던 상황으로 상품 조달을 위해 협력사와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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