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公 경평 '낙제점'…블라인드에는 "억울하다"

기사등록 2023/06/18 08:00:00 최종수정 2023/06/18 16:35:58

"악조건에 노력해도 인정 안 해…자괴감 든다"

"요금 인상 막고 직원에게 죄 물으면 안 돼"

[세종=뉴시스]16일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발표된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출처=블라인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재무가 악화한 대부분의 에너지 공기업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가운데, 에너지 공기업 내부에서는 씁쓸하단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는데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힘이 빠진다는 목소리가 크다.

18일 에너지 공기업 안팎에서는 지난 16일 발표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성과급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부분 포기한 상황"이라며 "그래도 직원들은 맡은 업무를 열심히 추진해 왔는데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에 힘이 많이 빠지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이미 정부에 '찍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힘든 악조건에서 노력한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 게 아쉽다"며 "매번 혼나기만 하니 자괴감도 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공공기관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에서는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게시글에 따르면 '요금 인상을 통제하는 관련 기관들은 성과급을 반납 안 하나. 솔직히 적자가 해당 기관 탓인가'라는 글이 공감을 받았다. 그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막아 놓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다며 성과급을 줄이는 건 억울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재무성과 지표가 등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미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어 있었던 에너지 공기업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미흡(E) 등급으로 점수를 매긴다. C등급 이상인 기관은 성과급 지급 대상이다.

정부는 경영책임성 확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C), 한국지역난방공사(C), 대한석탄공사(C), 남동(B)·남부(C)·동서(B)·서부(A)·중부발전(C), 한수원(B) 등 9곳엔 임원과 1~2급 직원의 성과급을 삭감한다. 또 가스기술공사(B), 광해광업공단(C) 등 6개 공기업 임원에는 성과급 자율반납을 권고했다. D등급을 받은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성과급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부채 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주요 사업을 어렵사리 추진해 오던 에너지 공기업 임직원들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재무 악화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요금 인상"이라며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에 대한 죄를 직원들에게 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는 지난 1년 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한 국제 에너지 가격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연료비가 오른 상황이었으나, 여기에 발맞춰 전기요금은 오르지 못했다.

이에 한전은 적자를 통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떠안았다. 한전이 지난 2021년부터 2년 동안 쌓아온 적자는 38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 적자의 배경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구입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155.5원이지만 같은 기간 판매단가는 ㎾h당 120.5원으로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역마진 구조로 인해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오히려 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회수율은 2022년 70%(추정치)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전은 정산조정계수를 낮게 적용하며 발전자회사에 부담을 나눴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값을 산정할 때 할증률을 거의 적용하지 않고 도매가격 수준으로 사 왔다는 걸 의미한다. 당연히 한전의 발전자회사들마저 재무 상황이 일제히 나빠졌다.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해소하는 가장 좋은 해법은 전기요금 인상이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3분기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14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비롯해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8개 공공기관이 'D(미흡)'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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