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캐피털업계는 최근 몇 년 새 증권사·저축은행과 함께 부동산 PF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올 들어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피털업계가 타 금융업권에 비해 PF대출 중에서도 손실위험이 큰 브릿지론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던 점, 타 업권 대비 느슨한 규제가 적용된 점 등이 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여전사의 부동산 PF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27조3000억원으로 2017년 말과 비교해 432.6% 증가해 업권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사업추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면서 PF대출의 상환 리스크가 증대된 결과다.
실제로 캐피털사들은 올 들어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KB캐피탈은 총자산이 15조원 규모인데, 요주의이하여신액이 지난해 말 833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102억원으로 2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5.8%에서 7.0%로 늘었다. 요주의이하여신은 연체기간 3개월 미만의 대출금으로, 잠재 부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총자산이 약 9조인 메리츠캐피탈은 1분기 요주의이하여신액이 4281억원으로 지난해 말 2684억원과 비교해 59.5% 급증했다. 같은 기간 IBK캐피탈은 요주의이하여신액이 733억원에서 2695억원으로 267% 급증했다. IBK캐피탈의 총자산은 10조원가량이다.
이는 캐피털업계가 타 업권에 비해 브릿지론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7년 대비 지난해 9월 여전사의 부동산 PF익스포저가 432.6% 급증하는 동안 저축은행은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0% 각각 증가해 캐피털사보단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부동산PF대출은 '브릿지론'과 '본 대출'로 구분된다. 브릿지론은 통상 사업 인허가와 본 PF대출 이전에 실행하는 대출이다. 시공 이전 토지매입, 인허가, 시공사 보증에 필요한 자금을 공여한다. 이와 달리 '본 대출'은 시공이 결정된 후 자금을 공여하는 것이다.
브릿지론은 통상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1금융권에서 본 PF대출을 받기 전 개발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 받는 만큼 일반 주택이나 상업 시설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에 공급돼 본 PF대출 대비 리스크가 높다. 변제순위를 따지면 '본 PF, 브릿지론 선순위, 브릿지론' 순인 만큼 수수료 수익이 크지만 손실 위험도 높아지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문제가 됐던 부동산PF대출 역시 브리지론이었다.
또 캐피털사의 경우 저축은행 등과 비교해 느슨했던 규제가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20% 원칙이나 취급 한도 설정 등 부동산 PF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받지만 캐피털사는 해당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업권 전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PF 중심 요주의이하여신잔액이 증가세"라면서도 "당사는 보수적 리스크 관리강화를 목적으로 기존에 '정상'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내부기준에 의거해 '요주의'로 분류하는 등 건전성 강제 분류를 진행해 요주의이하여신 증가폭이 커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신용 리스크가 낮은 자동차 금융이 1분기 말 기준 자산비중 61%를 차지한다"며 "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부동산 PF대출 비중은 10% 이내로 관리해 리스크 수준을 분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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