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새순 잘려나가…내년 농사 어쩌나" 한숨
수확기 앞둔 오이 출하 차질 등 농가피해 속출
[충주=뉴시스] 이도근 기자 = "이게 뭔 일인가 싶어요. 갑자기 내린 우박으로 사과가 땅에 떨어지거나 멍이 들어 완전 엉망이 됐습니다."
12일 충북 충주시 동량면의 과수농민 김모(66)씨는 우박 피해를 입은 과수원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오후 2~3시께 충주와 음성을 중심으로 돌풍을 동반한 국지성 호우와 함께 지름 1~2㎝ 정도의 우박이 쏟아졌다.
30여분 간 내린 기습적인 우박으로 도내 곳곳에서는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피해상황은 충주시 100㏊, 영동군 10㏊, 음성군 7㏊, 제천시 5㏊, 단양군 1㏊ 등 123㏊.
사과와 복숭아 등 과수원이 밀집한 충주지역의 피해가 컸다. 고추, 참깨 등은 열매가 패이고, 비닐하우스들은 구멍이 숭숭났다.
특히 과수의 잎과 가지는 물론 신초(새순)까지 피해를 입어 내년 농사까지 피해가 우려된다. 충주는 과수화상병 피해도 이어지는 곳이어서 지역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천지역도 사정도 비슷하다. 오후 3시30분부터 15분여 간 우박이 쏟아지며 오이, 고추, 담배, 옥수수 등 밭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오이농사를 짓는 금성면 월굴리 한 농민은 "오후에 돌풍과 함께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엄지손톱만한 우박이 후두두 떨어져서 나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며 "곧 수확하려던 오이도 대부분 못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원줄기가 꺽여 모두 갈아 엎고 다시 심어야 할 판"이라며 "다시 심을 만한 작물도 들깨나 콩 정도고, 이마저도 수확하려면 2~3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충북도와 각 지자체는 오는 21일까지 우박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상황을 접수한 뒤 이달 말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피해농가들에게는 파종비와 농약대 등 재난지원금도 지원된다. 현행 농산물 재해지원 기준을 보면 우박으로 인한 피해 면적이 30㏊이상이면 국비가 지원 대상이다.
도 관계자는 "우박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농가를 도울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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