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I, DGP 주가 상승 틈타 지분 일부 매각…노림수는

기사등록 2023/06/05 11:13:15

지분 매각 후 CB 전환청구권 행사

평가 차익 극대화+지분 감소 상쇄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코스닥 상장사 CBI가 보유 중인 DGP 지분을 일부 처분한 뒤 전환청구권 행사에 나섰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분 매각을 통해 신사업 자금 등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환청구권 행사로 지분 감소를 상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BI는 보유 중인 DGP 주식 85만6250주를 68억5000만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처분 예정일은 이달 30일이다.

CBI는 현재 DGP 주식 268만811주(13.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월 유상증자 납입 완료에 따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지분 매각에 따라 지분율은 8.84%로 낮아질 전망이다.

비교적 높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DGP의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DGP의 주가는 지난 3월 액면가 100원을 1000원으로 변경하는 1대 10 주식병합을 결정한 이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지난 주식병합을 결정했던 3월9일 DGP의 주가는 460원에 머물렀지만 주식병합에 따른 거래정지 직전 주가는 502원까지 올랐고, 재상장 이후에도 이틀 만에 주가가 35% 넘게 뛰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47.6%에 달한다.

지분 감소에 따른 경영권 방어 장치도 마련했다. CBI는 지분 매각과 동시에 보유 중인 전환사채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지분율 감소를 상쇄했다. DGP는 지난 2일 80억원 규모의 제30회차 전환사채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총 175만4385주가 주식으로 전환될 예정으로, 이는 발행주식총수 대비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총 200억원 규모의 제30회차 전환사채는 지난 2020년 9월 전 최대주주였던 코르몬파트너스를 대상으로 발행됐다. 이후 코르몬은 지난해 9월 최대주주가 CBI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해당 전환사채를 CBI를 비롯한 일부 투자조합에 매도했다. 전환가액은 456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CBI는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지분을 다시 끌어올리고 주식 전환에 따른 평가 차익도 거머쥐게 됐다.

다만 DGP 입장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현 주가보다 낮은 가격의 물량이 대규모로 전환될 경우 매물 소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전 한때 DGP의 주가는 7000원대에서 거래되며 전환가액을 50% 이상 웃돌고 있다. 제30회차 전환사채 잔여물량도 120만6140주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DGP는 최근 80억원 규모의 제32회차 전환사채와 200억원 규모의 제33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추가로 결정했다. 32회차의 경우 지난 4월28일 납입이 완료됐으며 33회차는 오는 30일 납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환청구권 행사시기가 도래하는 내년 4~6월 또다시 물량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회사 측은 "기존 사업과 신규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CBI는 자동차 소재·부품 전문기업으로, 현재 전기상용차(K1V) 및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바이오 부문 역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CBI 자회사인 CBI USA가 지분을 매입한 미국 바이오 기업 '키네타'는 지난해 12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CBI는 올해 초 나스닥 상장사 '엑시큐어'의 지분 총 50.4%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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