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여기 스스로가 '왜 이렇게 웃기는지' 묻는 작가가 있다.
이반지하(41·본명 김소윤)는 퀴어와 젠더를 주제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예술가다. '이반(퀴어)'에 '반지하'을 더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퀴어 아티스트'로 20년 가까이 활동해 왔다. 그러나 그에게 숨은 직업이 하나 있다면 그건 '유머리스트'다. 그만큼 본인의 말과 예술 속에 유머가 있다고 자신한다.
"자부심이 아니라 그냥 삶이죠."
오랜 기간 이반지하는 웃음을 담아 창작을 해왔다. 그림을 그리는 현대미술가로 처음 시작했지만 2021년 국내에서 성소수자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시트콤 '으랏파파'를 집필했다.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패널로 출연한 뒤 팬덤이 커지며 영역을 확대했다. 2021년 첫 에세이집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를 출간하며 작가로서도 '유머리스트'의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제 삶이 왜 웃기냐고요?"
최근 두 번째 에세이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를 출간한 그를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의 정상 사회' 살아가며 순간적인 감정으로 풀어냈다
"근데 요즘 돌아가는 거 보니까 한 2050년쯤에 '차별금지 하알까 마알까 법'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본문 25쪽 중)
이반지하식 농담의 노하우는 "순간적인 감정"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퀴어로 살아가며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이를 그림이나 글로 옮긴다. 이번 책에 나오는 글도 그의 급하게 쓴 휴대폰 메모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제가 웃긴 배경에는 한국의 정상 사회가 있죠. 참 끊임없는 소재를 주세요."
정상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이반지하는 신랄한 농담으로 답한다. 자학적인 농담을 하기도 하고 사회를 비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그의 글에는 비속어가 많다. 출간한 이야기장수 출판사에서 낸 책 가운데 가장 많은 비속어가 담겨있다. 이는 사실 이반지하에게는 "유머 포인트"인 동시에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출판사의 교정 과정에서 그가 쓴 표현은 사라지기도 하고 지켜지기도 하며 글이 완성됐다.
"사실 '퀴어'라는 말도 예전에는 비문이었잖아요."
쓰면 안 되는 표현과 존재하지 않던 표현은 그를 생각하게 한다. 이 사회의 정상성에 맞춰줘야 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저항해야하는 선은 어디까지인지 말이다.
◆'생존의 유머'…"그것만으로도 너무 힘드니까요"
"아주 평범하고 흔한 크고 작은 퀴어 죽음은 매번 적당히 모두를 뒤흔드는 진동을 일으켰다." ('피자' 중)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리 멀리 던져버려도 악몽처럼 되돌아 오는 탱탱보 정도는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렛 미 탱탱' 중)
이번 책은 퀴어의 어두운 삶과 지침도 녹아있다. 그 중 '렛 미 탱탱'과 '죽음 3부작(죽고 싶다는 반가움· 콜라·피자)은 특히 '생존의 유머'를 담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드니까요. 주변의 퀴어들에게 그거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생존조차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그를 웃긴 사람으로 만든다. 세상이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절당하는 것 같을 때 그는 '탱탱볼'이 된 기분으로 버틴다. 주변의 퀴어 죽음을 목격하며 그는 여전히 이에 관해 쓰고 말한다.
이반지하는 자신이 '왜 이렇게 웃긴가' 묻는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을 건넨다.
"웃기지? 근데 정말 당신들 웃기만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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