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계속운전 절차 놓쳐 발전 중단
박윤원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지적
"주기적 안전성 평가, 계속운전 허가 분리"
[세종=뉴시스]임소현 손차민 기자 = 지난 4월 운영 허가 기간(40년)이 종료되면서 고리 2호기의 원자로 가동이 중지된 가운데, '계속운전'에 대한 허가 절차를 별도의 법조문으로 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박윤원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에는 계속운전이 법조문에 따로 없고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 시행령 하부규정으로 도입돼 있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며 "이 부분을 명확화해야 한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분리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2호기가 40년 만에 운영 허가 만료로 발전을 중단한 바 있다.
고리 2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2019~2020년 계속운전 절차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고리2호기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2025년 6월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전 계속운전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고리 2호기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와 규제기관이 충분한 안정성 확인·심사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말 시행령을 개정하고 계속운전 신청기간을 만료 5~10년 전으로 변경했다.
고리 2호기의 당시 법령상 계속운전 신청 기한은 수명 만료 최소 2년·최대 5년 전이었다.
문제는 계속운전 허가 절차 자체가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건설허가, 표준설계인가, 운영허가, 주기적 안전성 평가 등 중요 인허가는 원자력안전법에 명시돼있다.
계속운전은 주기적안전성평가 시행령에서 PSR의 하부규정으로 도입돼 있는 실정이다.
박 전 원장은 "우리 법에 (원전) 운영 허가는 몇년 동안이라는 규정이 없다"며 "미국은 40년이라는 운영 허가 시기를 못박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해도 좋다'(라는 허가 개념)"이라고 전했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전에 대한 허가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고 표준설계인가 유효기간이 10년이다. 원전 설계수명이 종료돼도 사업자인 한수원이 운영허가를 받을 경우 운영허가는 유효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박 전 원장은 '운영허가'보다 '운전허가'가 적절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원전의 설계에 따라 운전허가를 발급하고, 계속운전은 운전허가기간의 2분의 1을 최대로 하되 추가갱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며 "운전허가기간 내에서 매 10년 주기 PSR을 수행하면 지속적 안전성 증진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사업자가 규정 내 서류 제출 시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임시승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에너지 경제성 관점에서 계속운전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가 높다"며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열등한만큼 (계속운전 절차 개선을) 깊이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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