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모스크바 드론 공격, 서방도 비난했어야"
반러민병대 벨고르트주 습격에 미군 장갑차 사용
원만했던 독일과도 외교관 숫자 놓고 미묘한 갈등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러시아가 지난달 수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무인기(드론) 공격을 서방 국가가 비난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체가 비난에 동참하지 않은 서방과의 전쟁이었다고 못 박았다. 서방은 해당 공격을 우크라이나와 연결 짓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다.
◆러시아 "서방도 최소한의 비난 했어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서방으로부터 최소한 비난의 말을 듣기를 원했다"면서 "우리는 침착하고 신중하게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주요 인사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를 제공해)사실상 선언되지 않은 러시아와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영국은)우리의 영원한 적"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극단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어떤 영국 관료도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강경론을 펼쳤다.
아울러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인기 공격은)러시아의 대응을 만들려는 시도"라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거나 원자력 산업과 관련된 일종의 방사능 폭탄을 사용하려 한다"고 불특정 세력을 비난했다.
또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소극적인 입장이)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를 위한 격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러시아 국경 습격도 서방이 배후…"핵전쟁 위험 높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서방의 도발에 대항하는 방어전으로 묘사해 왔다. 그러면서 전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에 날을 세웠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자국과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지난달 22일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대(RVC)가 러시아 벨고르트주를 기습한 사례도 러시아는 배후에 서방세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벨고르트주 습격 당시 미군 장갑차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혹을 두고 습격 민병대가 직접 해명했다.
한 러시아의용대 지휘관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나선 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와 결정은 우리의 몫"이라고 우크라이나 배후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자유군단이 운용한 미국제 장갑차는 우크라이나군이 제공한 것은 아니라 직접 구매한 자원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관료는 전쟁 장기화에 따라 나토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무기 지원을 늘릴수록 잠재적인 핵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엄포를 놨다.
◆美·英, 무인기 공격 우크라와 연결하지 않아
우크라이나 측은 무인기 공격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부인했고, 서방은 무인기 공격에 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민간인 지역을 타격한 첫 군사 공격을 비판하는 데 그치고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판은 내지 않았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무인기 공격이 발생한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는)국경을 넘어 무력을 투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경계를 키웠고, 러시아는 거북한 기색을 드러냈다.
전쟁 초 러시아를 적대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점차 러시아에 대한 접근법을 바꿨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동부에서 보내온 호전적인 러시아에 관한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데에 유감을 표명했다.
서방도 러시아에 점차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수비에 초점을 맞춘 서방 정부의 군사 지원은 점차 전쟁 종식을 위한 공격용 무기의 전달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서방 날 세우기…獨, 외교관 축소 통보에 영사관 폐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원만한 관계를 이어오던 독일과 러시아는 최근 외교 관계에서 심각한 마찰음을 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독일은 러시아에 있는 자국 영사관 5곳 중 4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주재 독일 외교관 숫자를 러시아 정부가 제한한 데 따른 상응 조치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영사관 폐쇄를 즉시 시작해 연말까지 마치라고 독일 외무부에 전달했다.
독일은 수도 베를린에 자리한 러시아 대사관과 그 외 영사관 1곳을 자국에 계속 존치했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스웨덴에서 유럽 측 관료를 만나 러시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출의 단속을 논의했다.
1일 블링컨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국 외무장관과 만나 7월로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가입을 두고 논의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