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통해 손쉽게 한국 드라마 접해
드라마 속 '치맥' 인기 높아
26일 마카오 현지에서 만난 50대 한국인 사업가 박모씨는 "마카오에 한한령이 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카오는 대만과 다르게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가 성공적으로 잘 시행되고 있는 곳으로 중국 본토에서도 특별히 통제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10년 째 마카오에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마카오나 중국 본토인들에게 혐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중 관계가 냉각기에 들어가면서 한한령이 다시 발동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접속이 원할하지 않거나, 한국 연예인의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취소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한령이 심상찮았던 지난주 방문한 마카오에서는 혐한 같은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실제, 비슷한 시기인 블랙핑크가 20~21일 마카오에서 진행한 월드투어 '본핑크' 콘서트는 티켓 판매와 동시에 전객석이 매진됐다. 이후 온라인에서 암표 가격이 최고 1700만원에 육박하는 등 현지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중국 대륙과 마카오가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은 역사적 배경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일부였던 마카오는 1849년 포루투갈이 마카오 전체 영토를 점령하면서 1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왔다.
1999년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돼 현재는 '중화인민공화국특별행정구'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다른 국가처럼 자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법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간섭을 받지 않고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유지되는 '일국양제'가 잘 시행되고 있다. 여권도 중국과 다르고, 중국인도 출입경 수속을 밟아야 마카오에 들어올 수 있다.
중국령이지만 사실상 다른 국가고, 긴 시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면서 중국과 서양 문화가 적절히 혼합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국제적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과 포루투갈의 혼합 문화를 지칭하는 '매케니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카오는 2월6일부터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간 국경 이용 시 적용했던 코로나19 검사와 일일 입국객 수 제한을 폐지했다. 중국 본토와 마카오 간 제한 없는 왕래가 가능해 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인천과 마카오간 직항 노선도 지난해 10월 운항을 시작하는 등 3년 만에 재개했다. 직항 노선 재개 직후엔 일주일에 한대 꼴로 운영됐으나 지난달부터는 에어마카오·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가 매일 운항을 시작하면서 한국인 관광객도 급증했다.
실제 마카오 방문객은 중국·홍콩·대만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로 중화권 방문객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마카오 입장에선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마카오 현지에도 드라마, 음악,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한류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대장금부터 시작해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오징어 게임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드라마 붐이 일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와 같은 K-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한류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패션이나 뷰티, 음식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마카오 5성급 호텔인 런더너 마카오 안에 위치한 '노블 마트' 진열대에는 한국 과자가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돼 있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카스타드, 예감, 마켓오 브라우니를 비롯해 ▲롯데웰푸드의 빈츠, 제로 초콜릿칩 ▲크라운제과의 초코하임 등 한국에서 잘 팔리는 과자들이 들어서 있다.
전체 과자류 가운데 절반 가량이 한국 제품일 정도인 것을 보면 한국 과제 인기가 실감이 갔다. 마트 점원 리우(24)씨는 "한국 과자가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맛있다는 인식이 있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세대들은 넷플릭스나 아이치이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한국 드라마 애플리케이션(앱)인 '한쥐TV(韓劇TV)' 등을 통해 손쉽게 한국을 접한다. 중국이 설령 통제를 한다 해도 안 먹히는 이유다.
중국 주하이(珠海)에서 매일 마카오로 출근한다는 중국 본토인 진메이란(30·여)씨는 "중국 대륙에서는 네이버나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 접속이 잘 안되는데 이쪽 마카오로 넘어오면 잘 된다"며 "이곳에서 최근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 뿐 아니라 환승연예나 런닝맨 등 한국 예능프로그램도 즐겨 보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달콤한 양념의 한국식 치킨을 좋아하는 마카오 현지인들이 많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령이지만 사실상 다른 국가로 운영되는 마카오에서는 중국에서는 원활하게 열리지 않는 네이버도 잘 작동된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사드를 배치하자 이를 계기로 한한령을 내려 한류 차단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중국 현지인들과 대화를 해 보면 혐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국 정부가 한류 영향이 중국 전역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경계감에 한한령을 내렸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처럼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실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을 싫어한다는 응답보다는 좋아한다거나 보통이다는 우호적인 응답이 더 많은 편이다.
조정원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의 혐한은 일부 네티즌들이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수준으로 한국의 일부 청년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혐중, 반중 정서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며 "대다수 중국인들은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고 혐한과 반한 감정을 가진 중국인들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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