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서 각광받는 우크라 다큐 '뒷면의 모습'

기사등록 2023/05/22 19:30:04

전쟁피해 탈출하는 우크라인들의 비참함 모습 담아

죽음에 대한 무관심 등 이주자 위기와의 유사성 고발

40세 다큐 제작자 "생명 구하는 것이 궁극적 과제"

[칸(프랑스)=AP/뉴시스]다큐멘터리 '뒷면의 모습'(In the Rearview) 제작진이 우크라이나 루카비스카 마을에서 가져온 폭탄에 손상된 양탄자가 21일(현지시간) 칸 영화제가 열리는 칸의 거리에 놓여 있다. 폴란드 영화제작자 마시에크 하멜라가 만든 '뒷면의 모습'이 칸 영화제 다큐멘터리 비경쟁 부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2023.05.22.
[바르샤바(폴란드)=AP/뉴시스]유세진 기자 = 폴란드 영화제작자 마시에크 하멜라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공격받는 이웃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는 많은 폴란드인 중 한 명이었고, 조사를 위한 TV 촬영 제안도 거절했었다.

그러나 그는 밴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던 사람들의 모습에 매우 가슴이 아파 그들을 촬영하기 시작,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뒷면의 모습'(In the Rearview)이 프랑스 칸 영화제 다큐멘터리 비경쟁 부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폴란드와 프랑스의 공동 제작한 '뒷면의 모습'은 거의 전적으로 하멜라의 밴에서 촬영됐으며, 2022년 3∼11월 사이 이송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광산과 붕괴된 다리, 위험한 도로, 폭격당한 건물과 과거 검문소의 황폐화된 풍경을 가로지르는 남녀와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84분짜리 이 다큐멘터리는 너무 큰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한 어린 소녀의 모습, 대피 이후 18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여성의 모습, 드네프로강을 바다로 알고 전쟁 후 다시 바다로 데려다 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하는 어린 2명의 아이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멜라는 칸에 오기 전 바르샤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든 방법은 평범한 삶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아주 작은 세부사항에서 전쟁의 반영을 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여행하고 싶었다"며 유머를 말했고, 고양이와 함께 대피에 나선 또다른 여성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칸(프랑스)=AP/뉴시스]다큐멘터리 '뒷면의 모습'(In the Rearview) 제작진이 21일(현지시간) 칸 영화제가 열리는 칸의 거리에 놓인, 우크라이나 루카비스카 마을에서 가져온 폭탄에 손상된 양탄자 위에 서 있다. 폴란드 영화제작자 마시에크 하멜라가 만든 '뒷면의 모습'이 칸 영화제 다큐멘터리 비경쟁 부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2023.05.22.
하멜라는 그가 돕는 사람들을 착취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밴에 태우기 전 차 안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알려주었고,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한 후에야 영상 사용 권한 부여에 동의를 받았다. 촬영을 도움의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이다.

'뒷면의 모습'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많은 폴란드의 노력 중 하나일 뿐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폴란드 전역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하멜라는 침공 첫날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기금 모금을 시작했고, 곧바로 폴란드 국경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수송하기 위해 밴을 구입했다. 그는 곧바로 공포에 질려 지하실에 숨은 사람 등 구출을 필요로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태우고 전쟁의 최전선을 누비기 시작했다.

하멜라는 전쟁 시작 전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을 넘으려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었는데, 폴란드가 이주자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면서 이주자들 일부가 숲과 늪지에서 죽어가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지역 사회의 무관심에 초점을 맞추었던 그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전쟁으로 중단됐지만 하멜라는 두 위기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냈다. 

현재 40살인 하멜라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속 모습이 칸의 화려한 세상과 동떨어져 있어서는 안 되며, 세계에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일깨워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뒷면의 모습'이 계속되는 전쟁으로부터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다큐멘터의 궁극적인 과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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