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혹 지도부 책임론에 친명·비명 계파 갈등 격화
여당, 김남국發 코인게이트 규정…진상조사단 꾸려 총공세
민주, 결국 윤리특위에 제소…일각에선 가상자산 자진신고도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투자 논란으로 지난 14일 자진 탈당한 가운데 민주당은 김남국 논란 대응 방안을 놓고 계파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코인 논란에 민주당이 최대 위기를 맞은 형국이다.
여당은 김남국 논란을 제2의 조국 사태로 규정하고, 민주당을 향해 "'조국의 강'에 이어 '남국의 강'에 빠졌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남국의 강'을 넘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 의원에 대한 논란은 지난 5일 한 언론이 60억원 어치의 가상화폐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후 연일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증폭됐다.
김 의원이 자신의 주식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서 주식 매각 대금으로 시작한 투명하고 합법적인 투자였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해명 자료를 통해 가상화폐 지갑 주소가 특정되면서 의혹이 쏟아졌다.
김 의원이 상임위원회 출석한 도중에 가상자산을 거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또 김 의원이 단순한 '개미' 투자자가 아니라 이해 관계자에 가깝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한국게임학회가 가상자산을 발행한 특정 게임업체들이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합법화를 위해 국회에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입법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여기에 김 의원이 '에어드랍' 방식으로 대가성 코인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위믹스가 당초 신고한 물량보다 더 많은 코인을 발행해 상장 폐지된 점을 거론하며 초과 수량이 에어드랍 방식을 통해 불법 로비 대가로 지급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위믹스 코인 외에도 마브렉스(MBX), 메콩코인(MKC) 등 다른 게임업체들이 발행한 가상화폐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민주당 진상조사단에 마케팅 차원에서 투자 비율 등에 따라 신규 코인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에어드랍 방식으로 받았다고 소명했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 의혹은 사실상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해 얻은 김 의원의 계좌정보 자료를 분석해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선 김 의원에 대한 의혹이 지도부 책임론으로 번지면서 계파 갈등으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열린 쇄신의총에서 자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쇄신의총 결의문 낭독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 동의 얻어서 최대한 조사 진행하려고 한다. 완벽한 조사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결의문 합의 과정에서 지도부가 김남국 의원의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반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당내 비판이 터져나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윤리특위 제소를 막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어제 논의된 내용 중 (최종적으로) 몇 가지 빠진 것들이 있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 지도부들끼리 모여서 상환하는 과정에 그런 내용들이 빠진 건 굉장히 아쉽다"고 평가했다.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불만도 컸다.
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재창당 각오로 반성과 쇄신에 나설 것' 결의,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공허하다"며 "이재명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양이원영 의원은 쇄신의총 이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재신임받아야한다고? 본색을 드러내는건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다고 그런 말씀을 하는지. 오히려 본인이 당원들에게 재신임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원내 상황 뿐 아니라 원외 영역까지 퍼졌다.
앞서 이동학·박성민 전 최고위원 등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김남국의 의원의 사퇴를 주장한 것을 두고 친명 성향 강성 지지자들이 '내부총질'이라고 칭하며 이들을 향한 욕설, 조롱, 모욕 등 폭언을 일삼은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청년들이 당 쇄신을 요구했으나 이들에 대한 수박공격 등이 거세지고 있다"며 "비판하면 비난하고, 비난하면 공격한다. 내부총질이라 말하며 입을 닫으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향한 여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개인의 코인 의혹을 넘어 '코인게이트'로 보고 민주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대선 자금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가 돌연 P2E 합법화를 찬성하고, 대체불가토큰(NFT)을 기반으로 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출시한 배경에 민주당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이었던 김 의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자체 진상조사단까지 꾸렸다. 김성원 의원을 조사단장을, 간사는 윤창현 의원이 맡았다. 또 조사위원으로 관련 상임위를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형수 의원, 정무위원회 김희곤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현진 의원, 윤리특위 최형두 의원이 선임됐다. 외부위원은 총 11명으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전문가로 구성됐다.
국민의힘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19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거래했던 위믹스 코인 발행사인 게임업체 위메이드를 찾아 내부자 정보 이용 등 '이익 공동체'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진상조사단에 김 의원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진상조사단에게 김 의원이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은 김 의원이 가상자산을 거래한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도 질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남국의 강'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접고 결국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앞서 민주당은 쇄신의총을 통해 탈당한 김 의원에 대한 당내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당시 쇄신의총에서 합의한 결의문에는 국회 윤리특위 제소 부분이 빠지면서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뒤늦게 윤리특위 제소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조사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당 차원 조사로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고 바로 윤리위에 제소해서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더 빠르게 의혹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에 대한 의혹으로 인해 국회 차원의 입법 요구가 커지면서 법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김남국 무소속 의원 코인 보유 의혹 관련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가상자산 현황을 자진 신고하는 움직임도 나왔다. 김근태계 의원들의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자진 신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윤리특위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신속하게 논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김 의원의 징계 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17일 윤리특위 전체회의가 열었지만 징계안 절차와 방식 등을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숙려기간 20일과 60~80일이 소요되는 윤리심사자문위 자문을 생략하고 징계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김기현 대표에 대한 징계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여야가 합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자문위를 거쳐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 징계안 역시 윤리특위에 발이 묶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민주당의 윤리특위 제소가 시간끌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17일 전체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숙려기간 20일을 다 채우면 지금 끓고 있는 국민적 공분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숙려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회의를 열어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숙려기간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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