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에서 왔어요"…11시간 걸어 에버랜드 간 중학생들

기사등록 2023/05/16 15:01:18 최종수정 2023/05/16 23:12:19

"친구랑 7만원 걸고" 밤새 44㎞ 걸어 용인 도착

(캡처=네이버 카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서영 인턴 기자 = 7만원을 주겠다는 친구의 말에 경기도 하남에서부터 용인의 에버랜드까지 11시간을 걸어갔다는 중학생들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역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아침에 에버랜드 가겠다고 하남에서부터 걸어왔다는 중학생 2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우리 집 쪽이 버스도 2시간에 한 번 다니는 외진 곳이고 주변도 단독 주택이다"라며 "엄마가 아침부터 나와 보라고 해서 나왔는데 마당에 웬 남자 중학생 두 명이 있었다", "아이들이 고구마를 먹고 있길래 당황했는데 엄마가 아이들을 에버랜드에 데려다주고 가라는 거다"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중학생들은 에버랜드에 가는 도중 길을 잃은 상태였다. 이들은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데 왜 여기 있냐"는 A씨의 질문에 "하남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데, 반 아이들끼리 7만원을 걸고 내기를 해서 하남에서 에버랜드까지 걸어오게 됐다"고 답했다.

A씨는 "(중학생들이) 밤새 고속도로와 터널을 지나오다 마지막에 길을 잃어 헤매는 걸 엄마가 발견하고 물어봐서 데려와 고구마를 먹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중학생들에게) 차로 데려다준다고 하니까 친구들이랑 약속해서 걸어가겠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산책 갈 겸 걸어서 데려다주고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랜만에 이렇게 순수하고, 이 나이 또래에서만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짓을 봐서 너무 귀여우면서도 걱정됐다"며 "에버랜드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하는데 11시간을 걸어왔다더라. 위험하게 고속도로로", "심지어 두 아이 모두 검정 옷(을 입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면서 선생님이랑 부모님에게 전화하라고 했다"며 "크게 혼났길래 저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도 썼다. 이어 "고속도로는 위험하다고 잔소리하게 되더라"며 "가는 길에도 먹어서 조금 힘이 났는지 이 동네에도 괴담 같은 게 있느냐고 묻던데, 참 복잡한 심경이었다. 편의점에서 마실 거랑 과자 몇 개 사줬다", "지금은 에버랜드 안에 있을 텐데 졸려서 잘 놀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A씨가 첨부한 사진 속 지도에 따르면 하남에서 용인까지의 거리는 약 44㎞였다. 이 사연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체력 좋은 중학생 때나 가능한 일이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랑 김밥 싸서 온종일 자전거 페달 밟은 기억이 난다", "군대 가면 12시간 정도 걸리는 40㎞ 행군을 할 텐데 미리 맛본 셈이다", "내가 에버랜드 입장권이라도 사 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더니 아이들의 7만원 내기였다니"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성인이라면 자신이 책임질 수 있으니 객기라고 하겠다"면서도 "(중학생들이) 저 상황에서 밤길 도로에 사고를 당했다면 운전자는 물론이고 학교 관계자들까지 큰일 나는 것 아니었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마 고속도로였으면 100% 신고당해서 경찰이 먼저 출동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고속도로랑 국도를 구분하지 못해서 국도를 고속도로라고 한 것 아닌가 싶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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