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입법 로비 의혹·게임코인 '투전판' 신뢰도 위기
P2E 규제 완화 물 건너갈까 전전긍긍…업계 스스로 신뢰 회복해야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던 P2E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적잖은 악재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P2E 게임 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당분간 국내에선 P2E 서비스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전날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가상자산태스크포스(TF)를 꾸려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의혹 및 게임업계 입법 논란을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김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를 60억~80억원치 보유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위믹스 뿐만 아니라 넷마블 ‘마브렉스(MBX), 카카오게임즈 ’보라(BORA)’ 등 게임업체가 발행한 코인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언제, 어떻게 코인을 취득했는지 관심이 쏠렸다. 사단법인 한국게임학회는 특정 게임업체가 가상자산을 발행한 뒤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국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계 기관의 조사를 통해 국회가 로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하며, 여야 국회의원뿐 아니라 보좌진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위믹스 보유·투자한 사람에 대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혹에 대해 김 의원 뿐 아니라 위메이드·넷마블 등 거론된 게임사들은 "사전 정보나 코인을 김 의원에게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로비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부인하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 국내 게임업계는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주요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집중 투자해왔던 P2E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 하는 분위기다.
'게임하면서 돈 벌기’를 의미하는 P2E 게임은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을 도입해 게임 내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바꿔 거래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 게임사들은 P2E 게임 내에서 통화로 유통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거래소에 상장했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가 지난 2021년 8월 P2E 게임 ‘미르4’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흥행하면서 게임업계 선두주자로 매김했다. 이에 위믹스 가격도 치솟는 등 김치코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게임업계에는 ‘P2E 붐’이 불었고 이후 넷마블, 컴투스 그룹,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등 다수의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상자산을 발행하며 P2E 게임 시장에 속속 진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메타버스, 웹3.0(탈중앙화된 웹 형태)가 부상하면서 P2E는 플레이 투 오운(P2O), 크리에이트 투 언(C2E) 등 다양한 용어로 지칭돼왔다. P2E 게임은 게임사들의 확률형아이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를 우려해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게임산업법 32조에 따르면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게임 내 대체불가토큰(NFT)은 게임산업법 제28조 제2의2호에서 금지하는 ‘경품’ 제공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 P2E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해외에서 P2E 게임이 속속 출시되는 등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성장하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단이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NFT 활용 P2E 게임 문제점 및 선결과제 파급효과 등 조사에 착수하면서 한때 P2E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던 상황.
그런데 이번 김 의원 사태로 규제 완화는 물 건너 갔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P2E 게임의 사행성 논란을 더욱 피하기 어려워진 데다가 게임사들이 발행한 코인에 대한 신뢰도 역시 치명타를 입어서다.
업계가 더욱 우려하는 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게임을 문화예술의 범주로 인정하는 문화예술진흥법이 통과된 데 이어 게임산업법에서 ‘중독’ 용어가 삭제되는 등 그동안 게임업계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P2E 게임, 블록체인 게임의 취지와 달리 게임사들이 발행한 게임 코인들이 '투기'용으로 변질됐고, 그 책임은 그런 구조를 설계한 게임사들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이럴 때 일수록 엄격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는 한편, 현실적으로 가능한 형태로 P2E 게임 산업을 활성화하고 제도권 내로 들여올 수 있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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