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구제역 다섯 곳 발생…2019년 이후 처음
청정국 지위 회복 무산에 한우 수출차질 불가피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국내에서 4년여 만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한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방역 체제에 돌입했지만, 구제역 백신 청정국 지위를 획득해 한우 수출을 확대하려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충북 청주 소재 한우농장 다섯 곳에서 구제역이 확진됐다.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인 우제류에서 생기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으로 한 마리라도 감염되면 같은 농장 우제류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 통제, 소독 및 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 조치를 실시했다. 또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긴급 살처분 조치를 완료했다.
아울러 정부는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전화 예찰을 하고 구제역이 발생한 청주시와 대전·천안·세종·보은·괴산·진천·증평 등 7개 인접 시·군 소재 우제류 농장 및 주변 도로를 집중 소독했다. 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3㎞ 내 있는 농장 200여곳과 발생 농장과 연관된 역학 농가 400여곳은 특별 관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찰 등을 통해 한우농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다른 지역이나 농장으로 전파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면서 "발생 유입 경로, 원인 등을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은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세계동물보건구(WOAH·옛 OIE)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 신청서를 제출했다. 2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고 1년간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요건들을 충족하면서다.
오는 21~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WOAH 총회에서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다시 구제역이 발병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5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었다가 같은 해 7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해당 지위를 잃었다. 이후 산발적으로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비 청정국으로 분류돼 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WOAH에 구제역 발생 상황을 보고했고 공식적인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청정국 지위 회복은 가능성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한우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어 올해 한우 수출량을 지난해(44t)의 5배 수준인 200t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구제역 비 청정국은 청정국으로 한우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청정국 지위 획득을 전제로 수출을 논의 중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의 한우 수출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애초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 한우 수출 계약을 체결할 계획으로 지난 11일 출장길에 올랐다. 다만 정부는 할랄 인증을 받은 도축장은 강원도 홍천이고 구제역 발생 지역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한우 수출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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